꺼져가는 불씨, 추락하는 중국 음식점

Cuisine Aunt Dai 이모네 음식점

by 스노리

St. Laurent 로랑 거리에서 멀지 않은 구석진 골목에 카우보이 벽화가 인상적인 Dumbling Hut이라는 중국식 만두집이 있다. 중국인 아줌마 둘이 언쟁하는 듯한 중국어로 대화하며 –절대 싸우는 게 아니다- 만두를 빚고 있고 눈썹 진한 청년이 서빙을 한다.

만두에 진심인 남편이 만두를 종류별로 시킨다.

돼지와 양배추, 달걀과 부추, 새우와 양배추 그리고 완탕까지, 10개짜리 작은 접시도 있는데 남편은 16개짜리 큰 접시를 시킨다. 그리고 올 클리어한 후 돼지와 양배추가 맛있다며 한 접시 더 시킨다. 16개짜리로...

그저 입을 쩍 벌리고 ‘만두 인정!’을 외친다. 아마 서빙하던 청년도 '설마 포장하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두피가 중국 만두처럼 두껍지 않고 육즙이 과하지 않은 아주 맛있는 만두였다. 테이블이 가득 찬 걸 보면 맛집이 분명하다.

소박하게 한 접시씩 시켜 먹고 있는 옆 테이블에서 빈 접시가 가득한 우리 테이블을 힐끗힐끗 쳐다본다.


한국에도 중국식 만두를 파는 딤섬집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용산 뒷골목의 입안에 복을 담는 딤섬집을 제외하고는 현지의 맛을 따라가는 집은 가보지 못했다.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딘타이펑의 만두와 딤섬은 최고지만, 한국의 딘타이펑은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한국식 만두도 좋아하지만, 만두에 대해서는 까다롭다. 봉산옥의 담백하고 깔끔한 이북식 만두, 진심인 국물에 살짝 빠져 있는 만두가 소심하게 어울려 맛을 내는 인사동 뒷골목의 궁, 그리고 인천에 가면 항상 들르는 포슬포슬한 청실홍실 만두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먹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나의 만두에 대한 입맛을 까다롭게 만든, 재료를 아끼지 않는 정성이 가득한 엄마 만두는 세계 최고이다.


중국 음식이 그리워진 남편과 다운타운의 St. Mathieu 마띠유 거리에 있는 Cuisine Aunt Dai 이모네 음식점을 구글 검색해 찾아간다.

레스토랑 안의 벽면에는 뉴욕 타임스와 로컬 신문들에 실린 주인아저씨의 기사들이 스크랩되어 붙어 있다. 기사 제목에는 보기 드문 정직한 메뉴의 중국집이라고 쓰여 있다.

메뉴판을 펼치자 요리 옆에 맵기 정도와 요리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는데 왜 정직한 메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돼지고기 요리 옆에 느끼하다고 쓰여있기도 하고, 어떤 요리 옆에는 아주 맛있지는 않다는 설명도 있다.

위트 있는 메뉴 설명과 주인 스스로 비평한 음식의 맛으로 명성을 얻은 것 같다.

남편은 새우볶음밥과 마파두부를 시키고 나는 레스토랑의 추천 메뉴라고 쓰인 쿵 파오 치킨을 시킨다.

웍에 한참 볶은 듯한 불맛 나는 볶음밥과 진한 색깔에 비해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나는 바삭한 쿵 파오 치킨이 아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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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를 깨끗이 비우자 주인아저씨가 다가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더니 우리와 한참 대화한다.

음식이 훌륭하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뷰도 하고 유명해 보인다고 하자 외곽지역에 있던 레스토랑에 불이 나 여기 다운타운으로 크게 이전했는데 2층은 텅텅 빈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고 하소연한다.

트뤼도 총리가 팬데믹 동안 사람들에게 복지금을 퍼부어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고 집에 머물며 집 고치는 데만 열을 올려 홈디포에 나사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에 사람들도 밖에 나오고 외식도 하며 좀 나아지나 싶더니, 사람들이 더 이상 중국 요리를 먹지 않는다며 한국 요리를 배워야 하나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리를 둘러보세요. 한국 음식점과 일본 음식이 아니면 아시안 푸드는 더 이상 현지인에게 매력적인 음식이 아니에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진심이 들어간 음식은 사람들이 다시 찾게 돼 있어요”


음식이 아주 맛있다며 광고해 주겠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나오는데, 캐나다 노부부가 밖에 있는 메뉴판을 큐알로 찍고 있다. 노부부에게 방금 음식을 먹고 나왔는데 정말 맛있다고 말한다.

노부부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레스토랑이 망하지 않고 전성기 때처럼 잘 되어 주인아저씨도 사진 속의 미소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캐나다 남자와 결혼한 언니 친구가 있는데 남편 친구들이 남편한테 ‘한국 음식 매일 먹는 넌 진짜 행운아’라며 부러워한다고 하더니 여기 퀘벡까지 한국 음식 붐이 분 건 확실하다.

몬트리올 중앙역의 푸드코트에는 Kimchi라고 쓰여 있는 한국 음식점이 있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주문받는 사람도 모두 중국인이다.

그런데 불맛 진한 불고기와 잡채가 의외로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캐나다 사람들이 김치 누들과 잡채를 주문하며 길게 줄 서 있는 곳이다.

그 옆집은 일식 도시락을 파는 집이다. 여기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 주문받는 사람이 역시 중국인들이다.

길거리에 스시집과 오니기리 집이 넘쳐나는 걸 보면 초밥이 더 이상 비싼 고급 음식이 아닌, 초밥의 대중화에 성공한 듯 보인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하이톤으로 열심히 주문받는 중국 여성을 보며 남편이 말한다.


“역시 시대 흐름을 빨리 캐치해야 성공한다니까. 분명 저 자리에서 중국 음식 팔았을 거야. 재빠르게 바꾼 거지.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는 남방계 중국인일 거야”


한때는 해외에서 아시아 음식으로 1위를 달렸던 중국 음식점이 맛도 가격도 메리트를 잃고 말았다. 기름진 중국 음식보다 건강함이 느껴지는 담백한 한국 음식이 우위에 서고, 비싸서 못 먹었던 고급 스시를 낮은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보니 가격 면에서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스트리트 푸드의 위상은 베트남 음식에 빼앗기고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의 3대 음식으로 손꼽히던 고급 중국 요리도 일본의 오마카세와 와규에 빼앗긴 지 오래다. 그 뒤를 고급화된 한식 요리가 K-문화를 등에 업고 일본을 바짝 쫓고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집안의 대소사에 만만하게 예약하는 일 순위로 그 명맥을 이어가지만, 주방의 불이 꺼져가는 중국집의 추락은 전 세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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