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대중교통 이용하기
몬트리올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도시이다.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정확한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배차 간격도 짧아 별로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남편이 걷는 것을 아주 좋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지만, 가끔 버스나 전철을 타기 위해 OPUS 카드를 구매한다.
카드는 전철역의 자동판매기에서 살 수 있지만, 일부러 역에 내려갈 필요 없이 거리 곳곳에 있는 Pharmacy 약국에서 사는 게 편하다. 여기 약국은 조제하는 약국이 붙어 있는 대형 편의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Rechargeable card 충전 카드는 돈을 충전하면서 계속 쓸 수 있는 카드이지만 $6을 내고 카드를 구매한 후 충전해서 쓸 수 있다. 우리는 2회 사용할 수 있는 $7짜리 Occasional card를 필요할 때마다 구매한다. 1번 사용하고 그날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라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환승요금도 두 시간 안에서 무료이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탈 때 120분 안에 몇 번이고 무료 환승을 할 수 있지만,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는 것은 무료 환승이 안 된다.
2일권과 3일권도 있는데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하루에 몬트리올을 다 봐야 한다면 2일권을 구매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버스 이용 시 카드가 없다면 현금을 내도 된다. 한번 탈 때 $4를 내면 된다. 둘이 타면서 $10을 내고 거스름돈을 기다려도 기대했던 $2는 튀어나오지 않으니 딱 맞게 통에 넣어야 한다.
남편이 걷는 것을 좋아하고 나도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어 잘 걸어 다니는 편이다.
한 번은 덥고 많이 걸었다 싶어 힘들다며 버스를 타자고 했더니 멀지도 않은데 그냥 걷자고 한다.
“국토 횡단하러 왔냐?”
버리고 혼자 버스를 탄다.
몬트리올은 크지 않은 도시이다 보니 버스 정류장이 짧고 공사도 많이 한다. 가다가 섰다가를 반복하다가 숙소에 도착하니 남편이 이미 와있다.
“뭐야. 도착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오냐?”
“뛰어왔지?”
“아니. 평소대로 걸어왔는데?”
남편과 책을 읽고 사색에 빠져 볼 겸 Jardin botanique de Montréal 몬트리올 식물원에 가기로 한다.
집에서 가까운 Bonaventure 보나벤처 역에서 오렌지 라인을 타고 녹색 선으로 갈아탄 후 Pie-IX 역에서 내리면 몬트리올 식물원이다.
몬트리올 전철은 노란 선, 파란 선, 주황선, 녹색 선, 네 개의 라인밖에 없어서 갈아탈 때도 헷갈릴 일이 없다. 가는 방향의 종점을 확인하고 그 종점이 쓰여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1960년대 지어졌지만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는 듯하다. 쥐들과 쓰레기가 가득한, 푹푹 찌는 뉴욕의 지하철에 비하면 -비교하면 안 된다. 뉴욕의 전철은 120년이나 되었으니까- 아주 쾌적하기까지 하다.
전철역 밖에 화살표와 함께 MÉTRO라고 쓰여 있는 파란 표시판이 있지만 눈에 띄지 않아 놓치기 쉽고, 출입문이 나비처럼 밀고 들어가는 육중한 철문으로 되어 있어 안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 출입문을 찾아 기웃거리다가 힘겹게 철문을 밀고 들어와 ‘여기가 전철역이네’라고 알게 되었다.
문은 엄청 무거워 힘없는 아이나 노인들이 밀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풍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몬트리올의 겨울을 대비해 이렇게 무쇠처럼 단단한 문을 만들어 놓았다.
몬트리올 도심의 전철역은 대부분이 지하도시와 연결되어 있어 아주 깊이 내려가야 한다.
도심의 지하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도시가 있다. 전시장, 오피스 건물, 쇼핑몰과 대학들이 전철과 연결되어 거대한 지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어서 혹독한 겨울이나 궂은날에 외부로 나올 필요 없이 도심을 다닐 수 있다.
지하철 표시를 보고 건물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면, 불친절한 이정표를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엘리베이터도 타고 무빙워크도 타며 지하도시를 누비다가 결국 처음에 보고 들어간 역과 다른 지하철역을 발견하게 된다.
지하도시의 아래를 지나고, 땅이 얼어붙는 동결층을 피하고자 깊이 파놓은 전철역에 들어서면, 파괴될 것 같지 않은 지하 벙커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전철역 이름은 모두 불어로 되어 있어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발음을 따라 하는 재미도 있다.
가장 큰 환승역인 Berri–UQAM station 역은 베리드캄이라고 발음하고, McGill 맥길 대학인 줄 알았는데 매길 이라고 말한다.
전철에서 내리면 “스테시옹 스콰흐 빅또리아 오아시 오아시” 하면서 되도 않는 발음을 반복하면서 걷게 된다.
보타닉 가든은 100개가 넘는 축구장 크기의 엄청나게 큰 정원이다. 20개 국가의 대표 정원이 설치되어 있는데 중국식 정원과 일본식 정원이 아시아 정원을 대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원은 없다.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정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돌쇠가 빗자루질하는 장독대가 쌓인 흙 마당만 떠오른다.
중국식 정원은 드래건과 중국 정통 이미지 조각이 세워진 비취색 호수에 둘러싸인 정원이다. 원색적인 홍등과 나비, 판다를 곳곳에 세워 놨는데 유아틱 한 장난감처럼 보인다.
상하이 예원의 인위적인 것처럼 보이는 자연암이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있는 다리와 정교하고 세밀하게 조각된 전각도, 부드러운 항아리의 곡선으로 개방된 출입구들도 없다. 그냥 중국식 미니어처를 보는 듯하다.
일본식 정원은 조금 낫다. 일본식 건물 안에 분재도 갖다 놓고 모래로 산과 물을 표현하는 가레산스이도 만들어 놓는 수고도 해 놓았다.
잉어를 풀어놓은 물빛이 빛을 받아 예쁘게 반짝이지만 초록색 물빛을 만들려고 바닥에 깔아 놓은 천이 인위적으로 보인다.
애써 만들어 놓은 정원을 빠져나와 초록이 펼쳐진 나무 사이를 걷다가 나무 그늘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거위 가족을 만난다. 거위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심조심 지나가면서 나른하게 한낮을 즐기고 있는 거위들의 순간을 담아 간다.
모두가 초록으로 물든 숲길에 은백색의 오리가미로 만든 옷을 입은 자작나무가 고고하게 서 있다. 나무 기둥과 줄기를 은색 페인트로 칠한 듯 반짝반짝 빛이 난다.
질투가 나 유치하게 하트 표시라도 새기고 싶어진다.
수백 종의 꽃들이 심어진 정원을 지나자 독성이 있는 정원이 나온다.
만지거나 먹지 말라는 경고문이 무시무시한 해골과 함께 쓰여있다. 특별하게 예쁜 꽃을 봐도 만지거나 먹고 싶지 않았는데 강력한 경고문을 보니 만지고 싶어진다.
푸른 잎의 덩굴이 줄기를 타고 올라와 만든 섹시한 드레스를 입은 Poison ivy 포이즌 아이비, 강렬한 색깔로 찌를 듯이 날이 서 있는 성게알처럼 생긴 꽃, 알록달록한 색이 점묘화처럼 그려진 잎을 가진 화려한 화초들이, 다른 정원의 꽃들과는 달리 만져 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역시 위험한 것은 아름답다.
초록이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하늘 아래에 가지고 온 책을 베고 누워 무수하게 피어있는 장미 향기, 단풍나무와 독초의 향기, 그리고 몬트리올의 향기를 마신다.
이제 퀘벡 시티에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