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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3. 2020

일교차가 커지면
감기 주의하세요

코감기

"에취 에취"


아침에 일어난 아기가 연거푸 재채기를 한다. 코를 훌쩍이더니 손으로 코를 쓰윽 닦아낸다. 맑은 콧물이 아기 손등과 볼에 묻었다. 사실 재채기 소리를 몇 번만 들어도 엄마의 마음은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아기가 감기에 걸린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창문을 열고 잤는데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주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반성까지 한다. 창문을 열고 자지 말걸... 자다가 깨서 아기 이불을 잘 덮어줄걸... 콧물을 흘리는 아기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는 생후 4개월 때 첫 감기를 앓았다. 마른기침을 몇 번 하더니 다음날 콧물이 흘렀다. 기침 소리가 점점 깊어졌다. 먹은 것을 게워낼 정도로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아기 기침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은 쿵쿵 내려앉는 듯했다. 기침, 콧물을 보이다가 모세 기관지염으로 진행된 아기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아기일수록 아프면 병원에 와서 자주 진찰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 아기는 기침의 원인이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 때문이었다. 콧물을 줄여주는 약을 먹였다. 증상이 나아지는 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감기는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기는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두 번씩 콧물을 흘렸다. 올봄 어린이집을 다닌 뒤에는 매달 한 번씩 코감기를 앓았다. 맑고 투명한 콧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기를 겪었다. 찐득하고 살짝 노란빛을 띠는 콧물로 변했고 서서히 말라갔다. 콧물이 흐를 때는 어린이집을 쉬고 집에 있었다. 하지만 가끔 사정이 있어 어린이집을 보낼 때도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콧물을 흘리는 아기가 안쓰러우셨는지 약을 바꿔보라고도 말씀해 주기도 하셨다. 


병원 진료실에 방문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콧물 때문에 온다. 콧물로 인한 기침, 코막힘, 두통 등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진찰하고 약을 처방한다. 건강한 아이들은 대개 일주일이 지나면 증상이 낫는다. 약을 먹어서 나아진 것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저절로 좋아진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소아과 교과서에도 감기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많다고 말하고 있을까. 


"항생제 처방해 주세요."


콧물을 보이는 아이에게 대뜸 항생제부터 달라고 하는 부모를 만나면 제일 당황스럽다. 증상은 얼마 안 되었으나 매번 상태가 심해지니 미리 항생제를 요구하는 경우이다. 항생제는 세균성 질환인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등에 쓰인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는 항생제로 치료하지 못한다. 질병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항생제를 투약해서 감기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는 보지도 못했다. 소아과 전공인 나보다 소화기 내과 전공인 남편은 소아에게 항생제가 함부로 쓰이는 것을 걱정한다. 성인이 되어 필요할 때 약을 사용할 수 없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공의 시절에는 약을 먹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에 쫓겨 처방 내기에 급급해 약의 성분만 봤다. 엄마의 입장이 되고 나니 약의 형태에 관심이 갔다. 가루약, 시럽 제제를 구분하고 아기가 한 번에 먹어야 할 용량이 많으면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았다. 요새 나오는 약은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물약과 차원이 다르다. 달달한 맛을 아는 아이들은 더 먹겠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생후 32개월 아기는 마른기침을 몇 번 하고 감기에 걸린 척하며 일부러 약을 먹겠다는 능구렁이가 다 됐다.


감기를 많이 겪었지만 아직도 아기가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흐르면 긴장하게 된다. 아기가 평소보다 누워있으려고 하고 기운 없어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픈 아기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는 것도 나에겐 힘든 일이다. 감기는 예방이 최선이다. 요새는 손을 잘 씻고 실내외 마스크 착용으로 바이러스 질환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처서가 지나니 밤공기가 예전보다 시원해졌다. 가을바람이 올해는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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