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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3. 2020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손 위생이 중요합니다

수족구병

"쏴 아악~ "

"까르르"


아기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을 연거푸 맞으며 웃었다. 작년 여름 물놀이장에서 생후 20개월 아기는 물을 먹고 캑캑거렸다. 그래도 좋은지 물 밖으로 나올 줄 몰랐다.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물줄기를 맞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언니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기를 웃게 만든 물놀이가 가져올 결말을 몰랐다. 며칠 뒤 온 가족을 아프게 한 원인이 될 줄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3일 뒤 아기는 평소보다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물이나 분유만 찾았다. 그러나 막상 젖병을 주면 잘 빨지 않았다. 마른기침을 하고 콧물도 약간 흘렀다. 처음에는 물놀이 후 아기가 감기에 든 것으로 생각했다. 체온이 38도로 높아졌다. 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아기 몸을 샅샅이 살펴봤다. 아기가 입을 벌리자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목구멍에 서너 개의 수포들이 보였다. 하루가 지나자 양쪽 손바닥에 2~3개의 빨간 수포도 생겼다. 전형적인 수족구병이었다. 물놀이가 원인이었다. 약 2일간 미열이 있고 잘 못 먹었다. 다행히 아기는 3일째 입맛을 되찾았고 회복이 빨랐다. 문제는 아픈 아기와 함께 하루를 보냈던 언니네 가족이었다. 


내가 병원에 출근하는 하루 동안 언니가 아기를 봐줬다. 여름방학이라 초등학생인 10살 조카도 같이 있었다. 조카는 아기와 놀아주고 아기가 남긴 밥을 먹었다. 언니는 조카가 어렸을 때 수족구병을 앓았던 적이 있어서 면역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수족구병은 언니네 가족으로 고스란히 옮아갔다. 어른과 아이는 모두 아팠다. 38도의 열, 목구멍과 손발에 생긴 물집으로 온 가족이 3일간 끙끙 앓았다. 


수족구병은 여름철 소아에게 흔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이름 그대로 손발 및 입에 물집, 궤양이 생긴다. 환아의 침, 분변을 통해 주변에 전파된다.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한번 걸린다고 해도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재감염될 수 있다. 진료실에서 보호자에게 전염성이 강한 1주일간 환아는 단체생활을 피하고 집에서 쉬도록 권유한다. 어린 아기들은 온몸에 발진이 생기기도 하고 잘 먹지 못해서 병원에 오는 이유가 많다. 큰 아이들일수록 경하게 앓고 지나간다. 대체로 병의 경과는 좋으나 바이러스에 따라 사망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안 좋은 사례도 있다. '수족구 사촌 병'으로 불리는 구내염도 있다. 이것은 손발에 병변 없이 입안에만 수포가 나타나는데 수족구병과 비슷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수족구병은 먹으면 거의 나은 것이다. 입안에 자극을 주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제일 추천한다.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 병'으로 불리는 이유다. 차가운 음식이 입안을 얼얼하게 해 통증을 줄여줄 수 있다. 밥 먹기 30분 전에 진통해열제를 먹이는 것도 권한다. 아기에게 과일, 죽 등 부드럽고 시원한 음식을 주라고 말한다. 이렇게 해도 잘 못 먹는 아기는 수액치료가 필요하다. 


더운 여름의 물놀이가 없으면 '팥 없는 찐빵'같다. 아무리 여름이 수족구병 유행 철이라고 해도 더우면 물놀이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이번 여름은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문을 여는 무료 물놀이장이 없는 것 같다. 평소 마스크 쓰기 및 손 씻기 생활화로 수족구병이나 구내염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소아환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아기가 앓는 병은 결국 손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상생활을 통해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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