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재, 신나는 글쓰기'_06. 나만의 글쓰기 장소.
나는 주부다. 주부라는 단어는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글을 쓰는 주부라니! 요리도 청소도 빨래도 아닌 노트북 키보드를 터져라 두드리는 나. 그런 그녀의 공간을 사각의 틀로 설명하기란 더욱 힘들다. 잦은 이사에 나만의 의자가 한 곳에 편히 자리잡기란 어려웠다. 그때마다 부엌의 한 귀퉁이를 헤어 집고 마음을 풀어내려 스탠트로 밝혀가며 나 만의 공간임을 증명해왔다. 올해 이사 온 북경의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이곳이다. 식탁의 내 자리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한벽의 절반이 창이다. 지난날 내가 쉬었던 공간처럼 등 뒤에서 비치던 햇살이 아니다. 정면으로 그를 만날 수 있다. 눈으로 계절을 보고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이보다 좋은 글쓰기 장소가 존재할까? 식탁 옆에 내가 주로 보는 책들을 정리하고, 캘리와 그림을 그리는 도구들도 정리해놓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창밖을 본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2월의 첫날을 어서 보내려는지 나뭇가지는 떨리고, 먼 하늘의 구름은 다홍빛으로 물든다. 젖은 땅속에서 새 생명들이 움트고 남동풍이 내일을 가져오겠지? 이제 봉오리를 피우면 된다.
의식치 못했던 현재가 과거가 되어가는 순간. 나는 글을 쓰고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