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공심재, 신나는 글쓰기'_ 13. 종이 신문(잡지) 읽기.

by 화몽

저는 중국 북경에 살아요. 신혼여행을 마치고 바로 이곳으로 와 제2의 삶을 살았으니 북경은 제겐 의미가 큰 곳입니다. 물론 17년 동안 게임판의 말처럼 주사위에 따라 콩콩 옮겨 다니기는 했죠. 지금은 게임판 한 바퀴를 돌아 출발점에 새롭게 서있는 듯해요. 무던한 성격 탓에 낯선 곳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기는 했지만 크고 작은 파도가 저를 쓸고 다녔지요. 지는 해의 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듯 긴 시간에 이리저리 얼룩덜룩해지기는 했지만. 덕분에 얻은 것들도 꽤 많네요. 헤헤헤.


저는 기억하는 것에 취약해요. 특히 숫자와 문자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젠 타고나기를 그런 것에 익숙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보다 좀 나은 부분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의 생활에는 그곳의 언어에 대한 적응은 필수죠. 그러나 10년이 넘게 지냈음에도 '글못읽'에서 탈피할 수가 없네요.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고 눈치만 늘어 성조 파괴에 몸 언어만 일취월장한 채 문맹인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인천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내리면 읽어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우리말이 너무나 반가워요. 떠나 지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고마움들이죠. 길가에 즐비한 간판과 표지판들마저 사랑스럽기 그지없어요. 종종 서점에 가서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을 꺼내 들어 펼쳐진 페이지를 온전히 내 것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죠. 중국은 문자 자체가 어려워 문맹률이 더 높은 곳이기도 해요. 상형문자인 그들의 글자는 하나의 점으로도 전혀 다른 글자가 되어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넘기 어려운 문자입니다. 많이 사용하는 몇 개의 글자에 적절한 눈 맞춤으로 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오늘의 미션은 넘을 수 없는 벽이네요. 그래도 얼마 전... 어라 지금 보니 작년 말에 가지고 왔네요. 집 근처 예술자치구역인 '798'의 지도를 펼쳐봅니다.


저는 이럴 때 핸드폰을 꺼내죠. '도대체 무슨 말이지?' 사거리에서 미아가 되는 순간이 오면 가방을 뒤적입니다. 이미지로 번역을 해주는 파파고라는 문명의 이기덕에 그림글자의 뜻을 짐작해가며 목적지를 찾아보아요. 작년 가을에 가지고 온 지도가 여전히 새롭기만 해요. 차가운 바람이 지난해의 격한 열감기를 안고 가기를 바라며. 다시 '798'에 가게 되면 새봄의 지도를 봐야겠어요. 꽃봉오리가 고개를 들 때 즈음이면 갤러리들도 하나둘 문을 열고 새 숨을 내뱉겠지요. 그때를 맘속에 그리니 이것이 뭐라고. 설렙니다. 이 두근거림이 제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니 오늘의 신글 미션은 나름 성공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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