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조금만 더 낭비하면 안 되나요?

'공심재, 신나는 글쓰기'_ 14. 내 인생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 쓰세요

by 화몽

남녀노소, 국경과 부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입니다.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꼬박꼬박 적립되는 보이지 않는 코인인 셈이죠. 문제는 이를 어떻게 소비하느냐에요. 신글에서 제시된 동영상을 보고 크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없다는 점은 정말 기쁜 일이에요. 타인의 기준에서는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제 눈높이에서는 적절하게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물론 낭비하는 시간들도 매우 많아요. 하지만 이가 낭비라는 생각이 바로바로 들곤합니다. 흘러간 시간은 볼펜으로 써 내려간 페이지죠. 연필로 쓴 편지처럼 싹 지워버릴 순 없지만 요즘은 화이트라는 게 있답니다. 흔적이 남기는 하지만 알아차림이 있는 순간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 버리는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데만도 수십 년이 걸렸네요. 이제 이를 잘 굴려 이자까지 얻어내려면 더 많은 시간들이 소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지금 이순간은 '이 정도면 괜찮지'라며 제 어깨를 안아주고 싶어요.


자, 내 하루를 좀먹는 가장 큰 그림자는 무엇일까요? 같은 시간 선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할 듯해요. 저는 이미 SNS나 온라인 메신저, 그리고 제가 클릭한 알고리즘을 파악해 미끼를 던지는 유튜브라는 낚싯바늘을 꽉 물고 있을지 몰라요. 수많은 카톡 대화방에서 오가는 이야기들 중 제 삶의 한 줄로 기록될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하루 종일 엄지에 쥐가 나도록 핸드폰을 두드리는 제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을 때도 많지만 이가 빛의 뒷면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이 되어요. 어둠이 있어야 빛이 존재합니다. 밝음이 혼자일 때는 빛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어둠의 나락이 될 수 있지만 한줄기 빛이 되어줄지도 모르죠. 중요한 건 내가 이를 알고 있느냐에요. 그리고 노력하고 행동하느냐죠. 물론 인간이란 태생이 나약한 존재라 이를 악물어도 금방 무너지고 말아요. 무릎이 까질 정 도로 넘어져도 같은 일을 또 하게 됩니다. 이를 중독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모습도 나예요. 나약하고 바보스럽고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질지라도 이 모습이 나라는 사람입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돌아가 봐요. 첫걸음을 떼기 전 얼마나 많이 넘어졌을까요? 그래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여기 내가 바로 보고 소중히 생각해봐요. 100번의 실수 중 한 번씩만 줄여가 봐요. 실수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 이것만도 훌륭한 성장입니다.


수십 개의 대화창에 수백 개의 대화들이 오가고 있어요. '내 소중한 시간의 앗아가는 벌레들!'이라며 지워버립니다. 그런데 반대로 온라인 저 편에서 내가 지워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나도 그들의 순간을 낭비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러니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고 이 벌레들조차 감사하게 여겨보면 어떠할까요? 제가 감히 명사인 조던 피터슨이 던진 뼈다귀를 눈치껏 피한 듯하네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걸 보니까요. 제 본명이 아닌 화몽으로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소중한 것을 어쩌겠어요? 십 년쯤 지나고 그의 말대로 1억 정도 낭비했다고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제 시간을 훔쳐가는 대화창들 속에서 이 순간을 즐기고파요. 그래도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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