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재. 신나는 글쓰기 3기' E01_다짐을 해보자.
요즘 제 오른손은 정말 지저분합니다. 연필을 잡던 손가락에 생긴 굳은살이 꺼멓게 물들어 있어요. 손날과 팔뚝에도 달마시안처럼 검은 얼룩이 여기저기 찍혀있어요. 학생 시절 버스를 타면 천정의 손잡이를 잡기를 꺼려했어요. 오른손에는 항상 총천연색 무지개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죠. 뭐, 제 손을 스스로 어여삐 여겨 무지개라 칭한 것이지.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속의 미대생은 사실과 많이 달랐습니다. 청순가련한 생머리 그녀들은 제 주변에는 없었답니다. 물감과 기름에 얼룩졌던 제 손은 훈장였지만 20대의 제겐 조금 부끄러웠나 봐요. 사람들에게 보이기 꺼려졌던 것으로 봐서는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어요. 얼룩 강아지 같은 제 손이 멋스럽다 여겨지네요.
아, 제 손이 왜 이렇게 되었냐고요? 먹물이 요즘 제 일상을 물들였기 때문이랍니다. 작년 3월즈음였을 거예요.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던 캘리그래피. 아무것도 모른 채 공심재의 캘리그래피 독학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저 또한 처음이고 책을 보며 혼자 공부해야 했기에 우왕좌왕하며 한 해가 지났어요. 이 길로 가다 ‘여기가 아닌가 봐’하며 제 글씨들을 조금씩 다듬어 갔어요. 갈길은 멀지만 글씨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다. 덕분에 저는 얼룩 강아지가 되었지만요.
‘1만 시간의 법칙’ , ‘The 10,000 Hours Rule’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에요.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려요. 어떤 일에 만 시간을 쓰게 되면 그 분야에서 어느 수준 이상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바라보며 쓰고 있는 캘리그라퍼 몇 분의 지난날들을 거슬러 올라가 봤어요. 역시 대부분 5-6여 년 정도 깊이 있게 글씨를 쓰셨더라고요. 왈왈, 얼룩얼룩 멍멍이는 앞으로도 몇 년을 더 즐겁게 글씨를 그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1만 시간은 벅찰지 몰라도 오천 시간? 삼천 시간에 한번 도전장을 던져보려 해요.
오늘 새로 시작한 신글의 미션은 마음을 다지는 글을 쓰는 것이에요. 다짐으로만 끝날지 몰라도 시작을 해봅니다. 작은 돌들을 하나씩 옮겨볼거에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글씨와 그림을 그리게 될까요?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가지는 꼭 지켜내려 해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겠다는 나와의 약속. 제가 어떤 모양과 색, 향은 지닌 꽃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제가 씨앗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니까요. 흙을 다독이고 햇살을 비취며 촉촉한 비로 저를 키워낼 자양분은 바로 이 글을 읽어주고 계실 여러분이에요. 그러니 따스한 마음으로 제가 피어날 순간을 기다려 주세요. 밝은 미소로 피어날 저를 꼭 안아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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