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공심재 신글 DAY01_글쓰기로 돈 버는 기발한 방법 찾아보기>

by 화몽

일 년 365일, 하루하루 자연의 흐름을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변한다. 옛사람들은 내일을 대비할 수 있게 이를 24절기로 나눴다. 내리쬐는 해의 뜨거움이 따스함으로 변해가는 8월에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와 일교차가 가장 크다는 처서가 있다. 늦여름의 한낮은 아직은 뜨겁다. 그러나 그늘 안으로 몸을 숨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한 바람이 코끝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여름내 몸짓을 부풀리던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 보노라면 가을이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초록을 한껏 뽐내던 잎새도 조금씩 바래가는 것을 보니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올 한 해도 그 허리를 접고 있음이 보인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가는 이 하루는 고맙고도 힘겹다. 아마도 일 년의 결실을 얻게 되는 계절이며 그것으로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곡식과 과실들이 주는 기쁨은 잠시. 곧 닥칠 매서운 바람과 봄의 대지에 흩뿌릴 씨앗을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브런치처럼 글을 쓰는 플랫폼들을 흔히 글밭이라고 한다. 내가 쓴 글들이 모이는 곳이며 한 글자 한 글자가 씨앗이 되어 땅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싹을 틔울 그 순간을 기다린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편지가 나의 우편함에 꽂혀있던 것이 벌써 일 년 하고도 반이 더 지났다. 처음 쓴 글을 읽어보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이미 꽤 많은 이들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음에 두 볼이 더욱 뜨거워진다. 지우거나 고치고 싶지만 부족한 나도 나이기에 읽어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할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항상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고 지적받는 곳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었다. 글도 그렇다. 매번 그러한 것들을 신경을 쓰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가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는데 고치기가 참 어렵다. 그럼에도 이렇게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은 땅속에서 기지개를 켜려 꼼지락거리는 씨앗들을 준비하고자 하는 맘이 크기 때문일지도.


이제 막 그 밭을 갈고 있다. 하나하나 늘어가는 글들을 뿌리기 위해. 그 글들이 밭에서 자유로이 숨을 트며 자라날수 있게 열심히 흙들을 토해내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서 벗어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늦지 않게 새봄을 맞이하려면 소매를 걷어올려야 한다. 일 년은 24절기로 나누지만 나의 생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내가 쓴 글들의 생명은 또 어찌 계산해야 할까? 내가 품고 있는 씨앗들을 어떻게 싹튀울 수 있을까? 잘 자라서 수확을 할 순간이 내게도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들이 내 손을 더디게 만들지만 이내 툴툴 털어낸다. 그래. 나는 글로 큰 수확을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수확을 해 내다 팔 장터가 주된 목적지가 아니니까. 돈을 벌고자 하는 것에 목표를 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세금 좀 내고 살고 싶어.'라고 종종 말를 한다. 물론 돈을 벌어야 세금을 내겠지만, 내게 있어 이 의미는 조금 다르다. 서글프지만 현실은 돈으로 값을 정한다. 나의 값어치. 나라는 사람의 쓰임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 화몽이라는 존재가 지닌 가치 말이다. 글로 돈을 벌 특별한 방법은 잘 모르겠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놀라운 글재주를 지닌 나도 아니겠을 잘 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이글이 언젠가는 힘겹게 땅거죽을 뚫고 올라와 나를 꽃피워줄 씨앗이라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