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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Feb 07. 2020

# 나를 그리는 원 _ 만다라

@ 2019 미술치료 스터디중 나의 만다라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조용히 앉아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 어떤 그림자도 드리워지지 않은 채 파도 소리만 고요히 엄마의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나직한 바다의 소리에 나는 어릴 때 소녀로 돌아간 듯 모래 위에 마음으로 무언가를 그려낸다. 나도 모르게 그려지는 동그란 원. 그 위로 원은 겹쳐지고 또 겹쳐지며 내 안 깊숙이 가라앉아있던 것들이 손끝으로 빠져나와 선위로 흩뿌려진다. 한없이 고요한 줄만 알았던 그 안에 꿈틀거림이 요통 치며 솟아오른다. 기쁨, 슬픔, 분노, 사랑, 원망, 열정, 두려움, 희망 그 어떤 단어로 명명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뒤섞인 감정들이 나의 승낙 없어 밖으로 뛰쳐나와 동그란 원 위로 쏟아져 나온다. 분출된 속내 덕에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면 원 위에 그려진 것이 나 자신이기에 놀랄 수밖에 없다. 손끝이 향하는 곳으로 그저 따라갔을 뿐인데 나는 무언가 달라져 있다. 그것이 원이 가지는 힘이고, 바로 만다라가 가지는 내적 치유의 모습일 것이다.


만다라는 티베트 불교 속 성스러운 행위의 하나로 신성한 단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으로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원은 그 자체가 본질이며 깨달음의 경지, 즉 모든 것을 갖추어 모자람이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의 상징성을 가진 예술작품과 건축물 등이 많다. 처음 접해본 것은 아니나 미술치료를 공부하며 그 자율적 치유력에 큰 감동 하였다. 어린아이가 처음 그리는 형태가 원이듯, 만다라는 자아를 찾아가는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조금씩 열어내준다. 그리는 과정에 나도 모르게 흩어져나가는 자신을 잡아내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자아와 대면한다. 시나브로 이루어지기에 차마 나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던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치유의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려내는 과정이 끝나면 이를 오감으로 만나면서 또 한 번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온전히 나 홀로 가능하다는 것이 만다라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일 것이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엇에 아파하며 어디에서 기쁘고 행복한지 알고 자아를 굳건히 하고 있는가?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실존에만 치중하는 오늘에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힘들고 너무 아파서가 아니라도 연필을 들고 하얀 종이 위에 원을 그려보자. 미끄러져 나가는 흑심 끝에 그냥 맡겨보면 치유, 자아를 찾는 그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만다라를 소개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누구나 나의 주인이 되어야 하기에.


나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준 원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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