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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Oct 02. 2021

시월

20211001, 금요일의 캘리그래피 일기 011th Day.

책상에 앉아 오늘을 되새김질하며 고개를 드니 구석에 놓여있는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온다. 달력은 아직 9월에 있구나. 한 장을 넘겨야는데 왜 이리 탐탁지 않은지. 무엇이 아쉬운걸까? 나는 여전히 지난달에 머물고 싶다. 깨알같이 메모해놓은 것들을 얼마나 해냈을까? 대충 살펴도 10월로 넘어올 것들이 대부분이다. 메모를 옮기며 이번달의 살림을 새로 꾸린다. 바닥에 붙은 껌처럼 늘어져 있는 몸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것이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해야 할 것들을 주섬주섬 담고 있는 걸 보니.


나는 매번 버거울 정도로 빼곡히 계획들을 세운다. 절반 아니 그의 반만 해내도 제법 잘했다 여긴다. 사실 다 해내겠다는 마음 자체가 없는 편이다. 외부적 우선순위와 내부적 그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가 어려워 항상 하려는 것들이 많다. 이는 욕심과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인지 나의 계획은 항상 이월되곤 한다.


빠릇빠릇한 편도 아니고 완벽함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주변의 빠른 걸음에 맞추진 말자. 느리게 가도 크게 늦지 않을지 모른다. 시냇물이 졸졸 흘러도 언젠가는 바다에 닿듯 멈추지만 않는다면 결국 당도할 테니.  졸이지 말고 하나씩 해나가야지. 욕심을 내어 성공한들 상처 딱지가 더덕더덕 붙으면  흉은 영원히 남고만다. 상처 없는 영광은 없다지만 상처는 이제 그만. 영광스러운 삶은 나와  어울려.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가야지. 그런 시월이 되길. 아장아장 돌쟁이의  걸음처럼. 자연스레 내게 다가갈  있기를. 10월이 11월로 넘어갈 때도 여전히 계획들을 다음 페이지로 넘겨지겠지만. 하나라도 해낸다면 충분히 잘했다 쓰담쓰담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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