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몽 Oct 09. 2021

삼각 김밥

캘리그래피 일기 018h Day.

'토마토 즙에 스파게티 면을 비빈 것 같아.' 쭈니가 학교 식당의 스파게티를 표현한 말이다. 맛도 생각만큼 별로지만 가격도 착하지 못하다. 그나마 나은 것이 피자나 만두 정도인데. 이것도 허술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두 아이의 냉철한 평가다. 비싼 값은 저기 멀리 내다 버린듯하다. 그렇다고 매일 도시락을 싸는 것도 일이지만 노트북 때문에 무거운 등교 보따리가 문제다. 그나마 가방이 가벼운 요일로 골라 달랑달랑 들고 갈수 있는 메뉴로 돌려 막기 중이다. 두 아이다 좋아하는 음식에는 무한 애정과 반복을 허용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입 짧았으면 어쩔 뻔!


가장 사랑받는 도시락은 뭐니 뭐니 해도 삼각김밥이다. 준비도 간단 부피도 작고 먹기도 편한 데다 맛도 좋으니 이보다 더 훌륭한 점심 메뉴는 찾아보기 힘들듯하다. 조물조물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한 밥을 삼각 틀 안에 넣고 참치마요와 계란 스팸을 올린다. 삼각김밥용 김을 모양에 맞게 접어 스티커로 봉하면 끝이다. 일기용 사진을 몇 장 찍다가 아이들 지각시킬 뻔. 삼김용 케이스에 담아 도시락에 쏙 넣어 이쁘게 한방씩 남기려 했는데. 이미 아이들이 낚아채 현관문 열고 뛰어나가며 외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띠링띠링. 위챗으로 쭈니가 톡으로 보냈다. 뭘까? 뭘까? 설레는 맘에 서둘러 열어봤더니... '계란 스팸은 싱거워. 다음에는 간을 좀 신경 써줘.'  녀석,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고 좀 해주면 안 되니? 삼각김밥보다 쭈니 네가 더 싱겁걸랑! 그래도 그런 쭈니를 넘나 사랑한다. 아드님. 쏘 쿨한 고딩 청년이라 이렇게라도 보내주는 귀한  톡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녀석,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고 좀 해주면 안 되니?
엄마표 삼각김밥보다 쭈니 네가 더 싱겁걸랑!
그래도 그런 쭈니를 넘나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The Vers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