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몽 Oct 08. 2021

'The Verse'

캘리그래피 일기 017h Day.

어머나! 요 며칠과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인데 완전히 다른 아침이다. 그래, 이런 하늘이 와야 가을이 되었다 할 수 있지. 높고 푸른 하늘. 교과서에 나오는 딱 그런 푸르름이다. 아이들이 집을 나서자마자 준비를 하고 나섰다. 코끝에 닿는 아침 공기가  쌀쌀하지만 햇살이 따사롭게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익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베이징을 벗어나 자연으로 가는 거야!


북경 주변에는 만리장성 관광 포인트가 여려 곳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가장 먼저 복원된 '팔달령'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휴일이면 만리장성 위로 인간띠가 이어진다. 자연과 호흡하며 과거와 조우하는 장소에서 인파에 휩쓸리며 헉헉거릴 수는 없는 일. 관광객들이 쏟아지기 전 고요한 아침 물과 닿아있는 장성인 '수장성'으로 향했다. 두어 번 가본 곳이기에 근처에 위치한 카페 'The Verse'가 오늘의 목적지이다. 남편이 폭풍 검색으로 찾아낸 핫한 장소다.


날씨가 좋아 온갖 라이더들이 장성 가는 길 위에 가득하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엉켜 가을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저마다 계절의 변화를 만나려는 마음은 비슷하구나 싶지만 참... 위험한데 말이다. 이리저리 피하며 좁다란 길을 한시란 반여 달려 도착한 카페 겸 펜션. 바다 위에 놓여있는 듯 착각이 들 만큼 너른 하늘 아래 작고 하얀 건물 안에 갓 볶아 내린 커피향이 일품이다. 내부의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입구 반대편에 너른 창으로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가을 산과 그 능선 위로 구불구불 이어져있는 장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뷰포인트가 끝내준다. 아아와 플랫 화이트 한 잔을 주문하고 가을을 한가득 마신다. 이 계절의 한 가운데로 성큼 걸어들어간 하루. 


아아와 플랫 화이트 한 잔을 주문하고 가을을 한가득 마신다.
이 계절의 한 가운데로 성큼 걸어들어간 하루.


< 베이징 근교 만리장성중 한곳, 수장성 부근의 멋진 카페 .'The Verse' >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 정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