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일기 016h Day.
며칠만의 등교인데 하늘이 어둑어둑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가 가을을 재촉하듯 창문을 두드린다. 창문에 맺힌 방울방울마다 차가움을 가득 안고 있는지 집안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미리 긴팔 옷들을 꺼내놓았어야 했나? 연휴 동안 늘어지게 자던 탓인지 오늘은 아침이 더 분주하다. 일단은 스쿨버스 시간에 맞춰 준비를 서둘렀다. 따뜻하게 국을 데워 계란 스크램블과 몇 숟가락 후루룩 털어놓고 우당탕탕 신발에 발을 꾸겨 넣고 뛰어나간다. 아이들 뒤통수에 겨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던지고 급 조용해진 거실에 앉았다. 소파 위에 올려놓았던 담요를 펼쳐 덮으니 사르르 녹아내린다. 앗! 깜박 잠이 들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참 달게도 잤다. 꿈도 꾼듯하고. 여전히 가을비는 창을 세차게 내리치고 담요 밖으로 삐죽 나온 내 발이 차갑다. 덧양말을 급히 집어 신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주 내내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질듯하다. 옷 정리를 좀 해야겠다. 쭈니의 서랍은 정말 간단하다. 유니의 것도 크게 차이는 없지만. 외모에 신경 쓰는 것과는 백만 광년 멀리 떨어져 있는 쭈니라. 게다가 서울에서 들어올 때 캐리어 2개 달랑 들고 와서인지 더한듯하다. 가을 옷을 꺼내놓고 핸드폰을 열었다. 필요한 점퍼와 티 등을 살펴보았다. 단순한 색과 무늬 없는 편안한 옷. 쭈니가 입는 스타일이다. 옷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임무에 정말 충실한 것들로 두어 개 골라 담았다. 그리고 검은색 우산 2개. 하던 일을 마치니 아이들 하교할 시간이 코앞이다.
집안일이란 조금만 미루면 무섭게 쌓이고 부지런히 해나가도 그리 티 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을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한 하루니 일한 티끌이라도 날리기 바라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의 내일이 따스히 시작할 수 있을 테니 나의 오늘도 모자람이 없는 하루다.
아이들의 내일이 따스히 시작할 수 있을 테니
나의 오늘도 모자람이 없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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