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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나무에 달린 걱정 굴비

캘리그래피 일기 032h Day. ​

by 화몽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 오죽하면 걱정이 너무 많은 이를 위해 이를 대신해 주는 걱정 인형이란 존재가 있을까?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도 걱정나무가 쑥쑥 자라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신기하게도 이 열매들은 누가 따지 않아도 알아서 떨어졌으며 심지어 스르륵 녹듯 나무의 뿌리로 스며들어 더 큰 열매들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다. 이 나무는 광합성을 하는 대신 그늘진 마음으로 숨을 쉬는듯했다. 하늘의 뿌연 구름이 조금씩 걷히자 이 나무는 스스로 그 키를 낮추고 잎을 떨구며 겨울잠이라도 자는듯한 모양새로 변했다. 물론 날이 굳고 세찬 비가 집에 들이치면 신나하며 붉은 꽃을 피웠다. 다행히 시간이라는 명약이 맑은 하늘이 열리는 날들을 조금씩 더 내리고 있다.


요 나무 걱정은 조금씩 줄고 있는데. 어디선가 꼬롬꼬롬한 냄새가 난다. 진원지를 찾아보니 남편의 방이다. 어쩜 걱정이 굴비처럼 주렁주렁 꼬여 커튼 뒤에 매달려있다. 결국 아파서 잠도 못 이루겠다며 병원을 예약하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엑스레이 찍고 MRI까지 찍어보자 하면 어떻게 하냐며 굴비를 뼈째 아작아작 씹어먹는다. 수술하면 한국 가야는데 어찌해야 하냐며... ​


50견이란다. 이는 자연치유가 되며 일 년 정도 조심하고 물리치료 받으면 된다고 의사가 빵긋. 걱정 말라고 토닥. 곧 다 좋아진다고 쓰담. 걱정은 꼬아 굴비처럼 주렁주렁 엮지 말고 그때그때 풀자. 풀어.


걱정은 꼬아 굴비처럼 주렁주렁 엮지 말고
그때그때 풀자.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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