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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Dec 10. 2021

열정 페이로 달리는 기차

캘리그래피 일기 079thDay

식구들이 각자의 자리로 이동한 아침 시간. 나는 달력에 오늘의 할 일들을 주르륵 적는다. 먼저 해야 할 일들부터 시간이 허락한다면 해야 할 것들까지 대여섯 가지를 메모한다. 이중 몇 가지를 할 수 있으려나? 고개가 절러 갸우뚱거리며 물음표를 그린다. 아니야. 고민할 시간에 일단 시작하는 게 옳다. 심장은 머리로 다스리기 어렵다지만 이럴 땐 끌고 가보는 거다.


당장 내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원데이 수업' 준비부터 시작. 만들어놨던 캘리그래피 카드와 여러 인사말들을 써놓은 종이들을 뒤적거리며 실제로 수업을 하듯 중얼거린다.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손은 바쁜데 머릿속은 차분해진다. 현실 타임인가!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생각이 맑아지면 열정 페이의 효력이 떨어진다. 사실 열정 페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정당한 노동 또는 노력과 시간에 대해 금전적 대가 대신 이에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주겠다는 의미로 곡해된 경우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절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진정 있다. 이런 부분들을 잘 포장한 것이 부정적 의미의 열정 페이이다. 그러나 오늘의 내게 대가는 열정이라는 단어 자체의 온도다. 내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이런 시간들이 필요함을 경험했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12월을 내달리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로켓의 꽁무니가 내 등위에 매달려있어 그 힘으로 폭발하듯 솟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아찔한 비행 중이다. 이는 나 스스로가 묶어놓은 것이기에 내게 열정 페이란 나를 착취하기 위한 타인의 덫이 아니다. 무언가에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열정 드 뜨거움으로 영하의 겨울을 녹여내 나를 다지는 중이다.


그렇기에 끓어오르는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가 뭐라 해도 가슴으로 해낼  있는 일들에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열정의 온도가 끓는점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할지 모른다. . 약해지는 불에 화력을 더하자. 심장이 더욱 뜨거워질  있게 나뭇조각들을 빠르게 던져 넣어야 한다. 칙칙폭폭 소리 내며 달리는 기차가 멈추지 않게 말이다. 꿈을 향해 달려갈  있게  뜨겁게 불을 지펴내자. 아직 철로의 끝이 어디쯤인지 보이지 않지만  끝에  꿈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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