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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Dec 23. 2021

캘리그래피 일기 092thDay

북경에서 캘리그라피 두 번째 초급 수업. 12월 안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8회에서 6회로 조정하며 빠르게 진행했다.수간생은 두 분이지만 작은 교실이 두분의 열기로 가득찬다. 고3 자율학습 시간 같다고 나 할까. 사각사각 붓 펜이 종이를 스치고 글씨가 그려지는 소리만 빈 공간을 채운다. 선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캘리를 읽으면 쓴 이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감정의 파도가 요동을 치기도하고 때론 영점에 닿은듯 평온함이 고스란히 담긴다. 내가 캘리그래피에 빠져들게 된 가장 큰 매력, 아니 마력이다. 말이나 글은 온전한 감정의 표현이 안된다. 검열관이 머릿속에 앉아 사회라는 잣대에 맞춰 잘라내거나 수정한다. 그러나 그리는 행위는 다르다. 객관적이며 주관적인 정반의 형태의 표현이 가능하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며, 어떤 이는 가슴이 터질듯한 분노를 느끼듯. 오늘도 네모반듯한 하얀 종이 위에서 나의 감정의 표현을 위해 조용히 연습하는 두 분의 수강생을 보며 나 또한 더 열심히 나를 그려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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