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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Dec 24. 2021

오늘밤의 너희의 것!

캘리그래피 일기 093thDay

어제저녁 소파에 누워 친구들과 챗을 주고받던 유니의 눈이 붉어지더니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내게 다가오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큰일 났다며... 오늘로 약속되었던 파자마 파티를 할 수가 없겠다며. 원래 서너 명의 친구만 초대하려고 했던 계획이 7명으로 불어났다. 아뿔싸! 7명이면 7학년 한국 남자아이들 거의 모두를 초대하는 것인데. 유니의 파자마 파티에 초대되지 못한 아이가 느낄 소외감을 미쳐... 물론 이 부분이 걱정되어 그리 조심하라 했거늘. 아이를 탓해 무엇하리. 유니는 좋아하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고. 다른 일들로 바빠서 신경을 못쓴 엄마가 잘못이 크지. 그리하여 터질 일이 터진 것이다. 저녁 먹고 설거지를 마치는 동안 엄마들과 7학년 여자 친구들까지 다 알게 되어 난감한 상황. 유니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아이들은 파자마 파티를 취소하고 밖에서 모두 모여 노는 것으로 극적인 타결을 보았다. 이 또한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사건의 발단을 만든 친구도, 상처를 받은 아이도 그리고 우리 유니와 이 파자마 파티를 기다려온 다른 모든 아이들이 의논하며 결정을 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은 배우고 스스로 자라난다. 배려와 소통, 공감과 이해하는 마음을 키운다. 이 보다 더 훌륭한 배움이 있을까? 수학공식, 영어 에세이 쓰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가 어제를 지나 오늘까지 이어진다. 이 아이들은 어쩜 이리도 이쁠까. 어른인 내가, 엄마인 내가 오히려 낯 뜨거워진다. 너무나 부끄러워진다.

격정의 밤을 보낸 유니는  뜨라마자 우유  컵을 벌컥 마시고 부리나케 왕징으로 출발. 쭈니만 남은 조용한 집에서 이사 준비와 전학  학교의 여러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해는 서산으로 기운다. 하루가  이리 빠르게 가는구나 싶던 그때. 전화기는 울리고 발신자는 유니다. 급하게 엄마, 엄마를 외친다. 취소되었던 파자마 파티를 그대로 하기로 하고 대신 친구들을 모두 부르기로 했다고. 아이들이 집에 가서 짐을 챙겨서    거라며. 뭐라고! 부랴부랴 집을 정리하고 아이들 먹을거리들은 찾는다. 엄마가 허락을  해줘도 오겠다며 짐을 꾸린다는 친구. 파자마 파티가 취소되어 생긴 가족모임을 뒤로하고 달려온 아이.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녀석까지. 유니와의 밤을 위해 달려온다. 아이들을 맞기 위해 부리나케 피자를 주문하고 에어 프라이기를 마구 돌린다. 음료수를 냉장고에 가득 채우고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아이들의 스낵 대봉을 식탁 위에 준비. 우당쾅쾅 들이닥치는 아이들의 발그레한 인사에 웃어주고 나는 녀석들의 플레이그라운드 밖으로 퇴장한다. 오늘 밤은 너희들만의 시간이야. 평생 잊지 못할 그런 추억을 만드렴. 사랑하는 아이들아! 몸도 마음도 건강해 주어 고맙다. 우리 유니 그리워해  너희들이 있어 유니의 북경 생활이 정말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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