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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Dec 25. 2021

나와 너, 우리가 걸어온 시간. 그 기록

캘리그래피 일기 094thDay

오늘은 클리 스마스 이브이자 작은 도서관의 생일이다. 7번째 개관 기념일. 작은 도서관의 수호천사들인 봉사자들이 12월 내내 준비한 날이다. 생일 떡도 있고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줄 작은 선물도 준비. 기증한 책들로 장터도 열린다. 도서관의 수공예 모임에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방문한 이들의 가방 안으로 쏙 들어갈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장터의 한편에 내 캘리 액자들이 걸린다. 며칠 전에 자리를 보고 액자들을 미리 어느 정도 걸어놓았다. 내 눈에는 부족한 부분들만 도드라지게 보이지만 내 자식 같은 캘리 작업들이다. 작품이라고 하기도 아직 부끄럽다. 발그레진 얼굴을 감싸며  한발 물러나 보니 2년 넘게 그려온 글씨가 고스란히 보였다.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껴지니 참 좋다. 내가 그릴 수 있는 다른 느낌의 글씨를 두어 개 더 준비해서 도서관에 들어가려니 어찌나 떨리던지. JS 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완판 도전을 외치지만 내 마음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포스코 빌딩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핸드폰이 나를 계속 찾는다. 행사 시작 전인데 고객이 계시다며 어서 오라고. 첫 단추가 채워짐에 맘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서두르자. 늘어지는 걱정에 시작도 못하는 것보다는 일단은 GO! 안 팔리면 어떻고 덜 팔리면 또 어떠하리. 이렇게 나와 내 캘리 작업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내 열정과 지난 시간들이 가득 채워진 것을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이 아니래도 언젠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석이 되어 내게 돌아오리라. 그렇게 믿으며. 지금의 내게는 캘리를 그리고 나누는 것 자체가 행복하니까.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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