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글을 기다리는 곳
물리적 흔들림이 앉아 있는 점.
스쳐오는 기억들이 점,점, 점으로 선이라는 존재로 이어지는 곳.
불완전한 호흡마저 존재의 자국이 되어 눌러내는 인두의
타들어 가는 냄새의 마지막 그을림이 되어 손으로 쓸어내리는 일기.
엄마의 집,
내리고 오르는 선과 선들을 만나던 단어들
당신에게는 흐르는 모래알들이 드르륵 얽히고 스르륵 엇갈리는 흔적들.
생각이 마음의 바람을 타고 내밀한 속삭임이 되듯
내게는 고유명사, 치밀한 고요, 창의 건너 당신의 움직임이 겹겹이 흔들리는 장소.
내게는 자모가 뭉쳐 음이 되고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는, 여기에서 줄줄
문장들을 중얼거린다.
살아나는 중 숨으로 뭉쳐지는 중, 까슬해.
당신의 귀와 눈에 그리고 가슴에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너무 굴곡진 나의 문장들이 되어가는 장소.
십일월의 햇살에 바랜 씨실 위에 촘촘히 엮인 사색의 날실 위에 다리를 올리고 몸을 기대어 나를 찾아오고 내가 만들어갈 글을 기다린다. 슬금슬금 살랑이는 키질에 훅하고 잔 먼지를 털어내고 아이의 뽀얗게 붉어진 볼에 비벼댄다. 내 문장을 그렇게 당신에게 이유로 남기를 그리며 긴 해가 누운 거실의 소파에서 길게 뻗은 두 다리 위에 흰색 수가 포개 쳐 폭신한 쿠션을 안고 톡톡톡 나라는 존재에 귀를 가져간다.
결대로 찢긴 전율이 노래가 되어 당신의 목 넘김이 기척을 남긴다.
여전히 낯설어 마음이 남는 전철역 승강장에 놓여진 의자는 지나는 열차를 본다.
본다. 쓱 훑는다. 멈추고 내리다 흔들거리는 발 발발 자국들이 남기는 서사를 나도 느낀다.
서둘러 떠나간 지하철에 조각난 말들을 눈으로 주워 잔불을 태운다.
당신에게서 온 이야기는 내 숨에 붙고 체온 안에 글로 선다.
서재, 나뭇결이 세세히 길어져 가는 너른 책상에 손을 올린다. 올라간 손이 책상 아래를 더듬자, 이가 풀려 거친 서랍 하나가 뻐드덕거리며 혀를 내민다. 주머니를 가든 메운 당신들의 흔적들을 털어놓고는 거믄 의자로 허리를 밀어붙인다. 공간의 모서리마다 찍혀가는 도장들은 비어낸 흔적이다. 사랑이라 이름 짓고 사랑이라 불러본다. 마음을 다했다고 마음을 심었다 한다.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건 나이고 그건 단어들이다. 입으로 뱉어낸 것들은 티끌이기에 점과 선과 면으로 지어낸 밥 한 공기를 당신 앞에 차려내고픈 나는 할 수 있는 건 이뿐인 거라. 미치지 못하고 다 쥘 수 없기에 두드려간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지다 올라오는 화면의 커서가 나를 다그친다. 그려. 휘저어. 새벽의 틈으로 숨을 내밀어.
너머로 그 너머로 글들을 던져낸다. 오늘은 재단되어 파쇄기에 빨려 들어갈 글이지만 조각들을 곱씹으며 거믄 의자에 허리를 다시 밀어붙인다.
지고지순한 춘삼월의 꽃 따위는 피어나지 않는다고, 오르는 들길에는 풀숲뿐이다. 이리저리 치이고 베인 상처로 피어나는 건 선홍빛 자국이고 딱지들이 쌓여가는 내 손이 결국 쓰인다. 꾹꾹 눌러 담은 말은 나와 당신의 나침반이다. 지도에 없는 이곳을 찾기 위한 유일한 문장이다. 읽힌 표정은 어린아이의 웃음이다. 헤어짐을 기약한 채 사랑을 삼킨 들숨이 토한 줄글이 하늘을 데운다. 볕을 일으킨다. 그건 내 기억이자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