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그런 나로
이유도 모른다.
미련함이 뭉그적거린다.
누렇게 탄 자욱이 올라오는 방바닥만 밀어 긁고
희끗해지다 만 머리카락만 속절없이 긁어 빗는
누군가는 알아야 하는
밑바닥을 쓸어가며 마지막 한 조각의 티끌까지 흔들어봐도 외면당한 이유를.
이 끌끌거리는 네 잎클로버의 씁쓸한 향을 질근거릴 수밖에 없는 반쯤 열린 결말을, 부러진 초침만 바라보는 내 눈은 근거 없는 기대에 잠겨간다. 그럴 것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밀려오는 오늘은 틱톡 틱톡 톡톡… 탁탁거리며
찢어진 봉투 사이로 밀려 쓰인 조각들. 톡톡톡 두드린다.
누군지, 누구인지, 나인지, 너인지, 다시
다시 쓰일 말들을 이어가며, 다시 돌아갈 말들을 씹어 삼키며,
봉투는 열린다.
오늘은 멈춘다. 기다려주는 것들은 오늘에 없다. 돌아갈 내일에 있는 것들
다시 볼 것, 돌아 돌아 보드라운 너의 목소리가 말한다.
‘버리지 못함을 버리는 것은 어때?’
그, 들리는 소리를 따라 시간의 축에서 어긋난 책상의 모서리를 걷는다.
툭 하고 닫힌,
툭 하고 멀어져 버린, 툭
하고 체온을 잃은 말들, 색을 잃은 숨결, 순간을 잃은 무늬, 표정을 잃은 공간, 방향을 잃은 시선은 툭,
평면의 우리를 외면하고 돌아간다.
향기가 다 타버린 향수병은 뚜껑에 반쯤 잘려 붙은 립스틱을 기다리고, 부러진 립스틱은 길고 짧은 머리칼들이 잔뜩 끼어 붙은 붉은색 머리빗을 바라보고, 머리빗은 데구루루 굴러 바다를 잃은 진주 귀걸이 한쪽 옆에 기대고. 영혼을 떨궈버린 진주 귀걸이는 방울들을 굴린다. 말라붙은 펜의 집에 눈을 맞춘다. 짝을 잃고 집을 잃은 펜들은 굳어버려 쓰임을 잃었다. 떨어져 나가 버린 너. 정지된 시간. 축을 잃은 흔들림. 영혼의 끝자락을 잡아보지만, 함께였던 이가 누구였더라. 찢긴 영화표, 누구였더라. 이름 없는 전화번호, 언제였더라, 구겨지고 흐려진 영수증들.
잡다한 기억의 메모들이 웅얼거리며 기웃거리며 걷던 창백한 손가락은 살짝 두렵고, 머뭇거리고, 반대 조각의 심장은 일렁이고, 붉어져 가다 그렇게 어쩌면 아직도
서서히 터덜거리며 마르지 않는 연필의 끝이 멈춰버린 점 위에 서서.
한 점 위를 스르르 미끄러지며 말라가는 연필의 끝이 바라고 바라는 선 그 선이 면이 되어 서서
나를 비추어내는 매끈한 거울이 되어 서서
더 이상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닌 눈망울
의 마주침이 나를 기억해 내기를
무엇을 기다리는가?
왜, 그것들에 붙잡혀 떠나갈 수 없는지.
가버린 것들은 잡을 수 없는데, 어제에 붙어있는 건 버리지 못하는 건 남아있는 건 책상 한구석에 밀려있는 물건들이 아니라,
오늘의 나일지도
어떻게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는 나일 거라며…
오늘이 남은 문을 빼꼼히 밀어
한 알의 말을 던져,
모르는 마음의 끝을 접어
오늘에 결국 남아. 나는.
나란 그런 나로.
버리지 못한 채로 버리지 못하고
나는 나로 버려지는
나란 그런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