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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Feb 15. 2020

나를 모른 채 사는 삶, 자아를 찾기 위한 변신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문학동네

평소와 같은 아침, 눈을 떠보니 당신의 모습이 어제의 전혀 다르게 변해 있다면 어떤 심경일까? 게다가 변신 후 모습은 흔히 혐오스럽고 징그럽다 표현하는 벌레의 모습이다. <변신>은 하루아침에 벌레의 모습으로 탈바꿈해버린 ‘그레고리 잠자’와 그의 가족, 그를 둘러싼 세상의 또 다른 변화를 그려낸 소설이다.

가족을 위한 책임감과 희생으로 살아온 그레고리가 왜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 우리의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그는 더욱 보기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은가! 밤낮없이 일하던 그레고리에게 변화된 자신의 끔찍한 모습보다 더 큰 아픔과 충격을 준 것은 달라진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과 그들의 변해가는 상황이다. 그의 모습은 벌레일지라도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지니고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본디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결국 그리도 그가 헌신했던 가족들에게 짓밟혀 자신의 방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은 쓰디쓴 그의 죽음 위에 한결 가볍디가벼운 내일을 준비한다.


그레고리는 벌레가 되어서야 다리와 몸통, 머리와 턱, 그것들의 움직임, 자신이 내는 소리까지 끊임없이 살펴본다. 마지막 힘든 숨을 몰아쉬던 찰나의 가득한 상처와 염증, 자신에게 붙어있는 작은 먼지들까지…. 변신 전 정신없이 바쁜 그의 삶 속에서 존재하지 않던 시간이었다. 매 순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여 사고하고, 감정을 가지며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던 순간이 과연 있었던가? 인간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서야 자신을 살펴보며, 느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아’에 대한 철저한 고민의 시간인 것이다. 달라진 입맛에 죽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강하게 먹기를 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소중한 물건들이 가득한 방을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동굴로 만들어 버리려는 여동생 앞에서 매혹적 여인이 그려져 있는 액자 속에 자신을 감춘다.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동생의 연주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하숙생들과 비교하며 나는 그레고리 잠자라고 절규한다.


인간의 모습이나 온전한 나로 살지 못했던 그레고리, 자신을 찾으려 하지만 끔찍한 벌레의 모습인 그레고리 어느 모습이 그일까? 자존적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깨어있는 것이다. 경쟁과 비교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나에 대해 고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건강을 잃고 나서 다시 찾기란 정말 어렵듯, 내 모습을 잃은 후 자아를 찾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아를 모른 채 의무 감속 페르소나로 살아온 그레고리를 보며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 페르소나 속에 갇혀 살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나의 본모습에 다가가며 힘겨운 변신을 감행해봐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같은 벌레지만 나비로 변화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변신>이라는 책을 통해 그는 우리의 생각의 바다 어디쯤을 강타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의 자아와 이에 대한 고민이 그가 던진 첫 도끼일 듯싶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책을 읽고 또 읽어보며 그가 내려치려는 도끼의 끝에 얼마나 다양한 깨짐이 있을까 하나씩 찾아보기를 바란다. 이 또한 나를 찾아 변신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오늘도 나를 찾아 변화해 가는 나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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