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花몽梦그리다.
들린다, 들려오네.
들리니? 들어오네.
열린 듯 반쯤 아니 조금 더 닫혀있는 달팽이집 속으로 느릿느릿 기어들어와.
이름도 알 수 없는 잔 들꽃의 향기를 담은 소리의 지수
수가 생각의 끝에서 지켜내는 문, 지옥과 그 틈을 지키는 엽서에 적어놓은 여름 비 그 마지막 날의 목소리가
희망을 친구라 소개하고 그녀는 내게 묵직한 동전 더미를 건네.
내겐 삼천육백 원이 있어.
서른여섯밤을 자고 나면 가을이 올 거야. 삼천육백 원으로 국화를 사야지.
삼천육백 원이면 몇 송이를 살 수 있을까, 노란 국화로 한 움큼, 하얀색으로 반 움큼, 그만큼의 국화가 내게 가을이 찾아온다 알려주겠지?
국화향에 빠져 다른 계절을 준비하려니 오늘에게 미안하네.
알았어. 손안 가득한 알알들을 뿌릴게.
추모하며 이른 유월을 맞이한다 약속해.
보리가 영그는 여름을 기다릴게.
그래야 투명한 하얀 반팔티를 걸친 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연두한 여름에는 흰 양말을 신어야 해.
끝이 말려 내려가지 않게 무릎까지 당겨 신을 거야.
아프다면 멈추고, 쉬다가 다시 올려.
아이, 아프다. 아프다 말고 좋은 말 하면 안 돼?
좋아지면 다시 말하면 되지, 그게 원래 그렇게 나온 거야.
아, 목구멍 끝부터 간지러워. 기침이 올라와.
두메산골을 지나야 찾을 수 있는 할머니의 오래된 집 낡아빠진 마루 아래 숨어있는 할머니만큼 나이 먹은 나무의 뿌리들이 기침을 더 하게 해.
그래서 하얀색 양말을 꼭 올려 신고 어울릴법한 반팔 옷을 꺼내 입어.
반팔 옷 목이 늘어나 그래서 추워져 목이 아프네. 언제지?
맥주가 마시고 싶다. 간지러운 입안에 털어 넣으면 웃음만 나겠지.
기침도 곧 멈추겠지.
근지러움이 목 뒤를 타고 등을 덮은 머리칼을 잡고 올라와.
털어내야 해,
해소해야지.
한 모금의 맥주가 멈추게 해 줄 수 있나.
백상지에 오롯한 점과 직선, 이것들이 만드는 자국들 또는 공기 중에 길고 짧은 움직임으로 내 귀에 찾아드는 마침표
가
가만히 다가와.
마침표가 내게 말은 거네.
가려워하지 말라고,
@ witncynical
50번째 시 낭독회.
100이라는 숫자의 절반.
모든 낭독회가 의미 깊지만 오늘의 또 다른 의미가 아닐까?
시인 유희경인 꾸리고 있는 작은 서점 4년 차의 전환점이란다.
‘시인이 아닌 시가 주인공인 시간’ 이란 소개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 15편의 시를 쉬지 않고 읽는다.
그 중간 두 번의 쉼, 시인이 선택한 음악으로 그녀의 격과 결을 가늠할 수 있다.
‘김 복 희’
그녀의 시와 그녀의 숨, 그녀의 몸과 맘을 내 귀로 눈, 손과 발끝으로 가져본다.
‘witncynical’ 대학로 동양 서림 이층에 자리한 시를 위한 서점이다. 타임워프를 탄 듯 나선 계단을 흘러 오르면 나타나는 묘한 공간이다. 낭독회가 끝나고 시인의 사인을 받고 시집을 심장 가까이 끌어와본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시공간을 나가야 한다. 고맙게도, 누군가 그 걸음에 가을을 가져다 놓았다. 곧 올 가을을 밟지 말고 돌아가 본다. 오늘 같은 한적함마저 즐거운 밤이 다시 내게 찾아오길. 기대해 봄이 좋다. 시에 취한 듯. 긴 장마 덕에 축축한 밤공기마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