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터부와 침묵을 깨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를 위해
깔창 생리대가 사회에 던진 화두
✍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은 누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 월경을 월경이라 말하지 못하고 : 전 세계에서 월경을 언급하는 건 오랜 금기였어요. 여성들은 인생 중 약 40년 동안 월경을 하면서도 ‘월경’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생리’라거나 ‘그날’이라고 에둘러 부르는 일이 더 많았죠. 월경을 터부시하며 숨기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일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많은 문제를 혼자 조용히 해결해야 했습니다. 지난 2016년, 한 청소년이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대신 사용한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어요, 이른바 '깔창 생리대'는 월경을 부끄럽고 사소한 문제로 쉬쉬하며 이를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이 보도 이후 많은 이들이 안전한 월경용품을 생필품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기본적인 권리로 실감하게 됩니다.
Q: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 모든 변화에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품이 있다.
* 안전한 생리대를 위해 : 누구나 소득·세대·계급·장애·지역·종교·성정체성에 관계없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공공정책이 필요했어요.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017년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광장에 나섰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월경에 치얼스”라는 이름으로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해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고 다양한 월경 교육을 시행하라고 외쳤어요.
* 이후 어떻게 운동이 펼쳐졌을까 : 2016년, ‘깔창 생리대’ 이후 정부가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우처를 통해 월경용품 구입비용을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했지만, 이용하는 청소년은 많지 않았어요. 신청 절차의 복잡함과 가난을 증명하는데서 오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신청률(2019년 4월 기준)이 62.6%에 그치는가 하면, 지원대상에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 등의 이유로 선별적 지원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또한 저소득층으로 대상을 한정한 월경용품 지원 제도와 민간 캠페인들은 ‘소녀의 눈물’과 같은 표현을 홍보물에 사용하는 등 청소년의 월경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어요. 여성환경연대는 서울시가 모든 청소년들에게 조건 없이 월경용품을 지급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2019년 5월 28일, 정당 및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발족했습니다
✍ 이 운동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을까.
*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 운동본부의 활발한 활동과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2019년 12월, 서울시의회에서는 모든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비롯한 월경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권수정 의원 대표 발의)"이 만장일치로 가결됐어요. 이로써 서울시 모든 청소년들이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월경용품을 지급받고 학교에서 월경과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어요.
같은 해 10월, 서울시 구로구에서도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가 통과돼 현재 구로구의 중·고등학교 및 청소년 센터에는 누구나 월경용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됐습니다. 2020년에는 광주광역시, 경기도,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또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가능하게 하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어요. 여주시에서 시작된 흐름이 서울시에 뒤이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해였죠.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를 만들어가야하는 과정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 함께 바꿔 나가야 할 것들 :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재난 상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도, 정부의 지원사업 자격요건에서 떨어져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도, 생리대 등 월경용품을 구매할 돈이 없어도 여성들의 월경은 계속돼요.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지만 세대주만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는 탓에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청소년 등 많은 여성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해요.
또한 학내 보건실 등을 통해 필요한 월경용품을 구했던 청소년들마저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난 2019년 10월 마련된 '학교보건실 시설 및 기구에 관한 규칙'으로 학교 보건실에 생리대가 반드시 비치돼야 했지만, 취지와 다르게 학교 104곳은 자판기를 통해 생리대를 유료 판매한 경우가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어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의 전국적인 확대는 월경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재난 상황에서의 월경권 문제 역시 논의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깔창 생리대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월경을 중요한 사회 의제로 인식하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해요. 월경은 할지 말지, 언제 어떻게 할지, 개인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와 정책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월경은 인구의 절반이 인생의 약 절반 동안 경험하는 일이자 모든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우리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아요!
그럼 다시 또 만나요! 안녕!
※ 위 내용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변화사례 아카이브 내용을 축약하여 만들어졌습니다.
※ 2017년부터 모아 온 변화사례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에서도 더 다양한 변화사레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