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엄마의 성·본 쓰기 운동, 모두가 존중받는 새로운 가족상을 향해
모든 개인이 존중받는 새로운 가족 상을 만들어가는 것,
'엄마의 성·본 쓰기' 활동의 최종 목표
✍ 엄마 성·본 쓰기 운동은 누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 호주제 폐지 그 이후 : 호주제는 가족의 대표인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기록하는 제도입니다. 호주는 남성만이 될 수 있었어요. 여성은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니 오직 남성만이 집안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1958년에 제정된 한국의 가족법에 뿌리박힌 가부장제였어요. 그런 호주제가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운동의 노력으로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부성우선주의(민법 제781조 제1항), 자녀가 태어나면 아빠의 성을 물려주는 것이 원칙이고, 엄마의 성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물려줄 수 있다는 법은 여전히 남아 있었어요. 여전히 딸이라서, 엄마라서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그나마 부부 간 협의를 통해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생기기는 했어요. 하지만 출생신고가 아니라 혼인신고 때 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런 준비 없이 주민센터에 간 신혼부부를 당황하게 만들고, 충분히 상의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게 문제였어요. 별도의 협의서도 내야 하고, 혼인신고시 부부 모두가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서로 협의했다는 공증서류를 별도로 내야 하기까지 했어요. 아빠 성을 물려주려고 할 때는 필요없는 절차들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부당한 부분들이었어요.
Q: 엄마 성·본 쓰기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 모든 변화에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품이 있다.
*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 이런 인식을 함께 한 몇몇 부부들이 알음알음 모였어요. 언론 인터뷰와 SNS가 연결 통로가 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실제 자녀에게 엄마 성을 물려준 경우도 있고, 부부가 함께 협의 중인 경우도 있고, 아빠 성을 물려주었지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2020년 6월 30일부터 7월 30일까지 한 달 동안 “자녀에게 엄마 성을 줄 수 있는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 청원을 진행했어요.
* 이후 어떻게 운동이 펼쳐졌을까 : 청원은 현 제도가 평등한 부부 관계를 방해하고,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부부 간 협의를 통해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것을 새로운 원칙으로 만들고, 정부가 제도 개선과 홍보·연구에 나서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청원을 홍보하기 위해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는 권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모임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SNS를 활용했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웹툰 「며느라기」를 그린 수신지 작가도 홍보에 동참해주기도 했어요. 특히 현 제도를 매우 이상한 구내식당 메뉴 선택 시스템으로 비유한 웹툰도 그려줬어요,
✍ 이 운동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을까.
* 여성가족부가 움직이고 법원이 바뀌다 : 청와대 국민청원 이후 2021년 4월 27일 여성가족부에서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년~2025년)을 발표하면서 ‘가족 다양성 포용’을 위해 자녀의 성·본 결정방식을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어요. 아직 제도 전반을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는 중입니다. 자녀에게 엄마의 성을 물려주고 싶은 부부가 엄마의 성·본으로 자녀 성을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허가해준 것. 2021년 9월 김지예(아내)·정민구(남편) 부부가 딸 아이의 이름을 정정원에서 김정원으로 변경해달라 요구했고, 한 달 후인 10월 법원은 성평등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부부의 결정을 존중해서 이를 허가한다고 밝혔어요.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를 만들어가야하는 과정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 함께 바꿔 나가야 할 것들 : 엄마 성을 물려주기 위한 활동의 구체적인 목표는 민법 제781조 제1항의 부성우선주의 원칙을 부부협의주의로 바꾸는 것입니다. 사회 인식이 바뀌는 것 같고, 국회·정부·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에서 우호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부성우선주의 제도 자체는 변하지 않았어요.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사회 인식을 환기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표출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엄마 성을 물려준 다양한 사례자와 앞으로 엄마 성을 물려주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서로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현 제도에서는 혼인신고 때 엄마 성을 물려주겠다는 문항에 표시해야만 해요. 최근까지 성·본 변경 재판의 사례를 보면 법원의 판단은 매우 보수적었고, 최대한 친부의 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한 달 만에 신속하고 전향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법원이 변화하는 사회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읽혀서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요. 이러한 변화들이 결국에는 궁극적으로는 엄마 성 쓰기의 확대가 평등한 가족, 다양한 가족을 만드는 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우리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아요!
그럼 다시 또 만나요! 안녕!
※ 위 내용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변화사례 아카이브 내용을 축약하여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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