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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닷새 Apr 07. 2023

재즈가 편하게 살라고 했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사람


 바로 나 같은 사람!

특히 청각에 굉장히 민감해서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를 참지 못한다.예민한 성정을 바탕으로 유독 청각이 두드러진 것인지, 청각이 예민해서 그렇게 변한 건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스트레스 역치가 낮고, 사소한 자극까지 그냥 흘려버리지 못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상대의 얼굴 표정, 자세하게는 눈빛,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신경 쓴다는 것이다. 막내이자 사원으로서 사내의 한 두 명이 아닌 상사들을 대할 때 조금이라도 그들의 신경을 건드린 건 아닌지 눈치를 보고 실수라도 한 날에는 안절부절에 실수하기 전과 후의 태도를 비교하며 한 마디로 그들의 언행을 '나노 단위'로 분석한다. 결국 '예의가 바르고 성실'하다는 평이 자자하게 되었지만 스스로에게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끊임없이 걱정하는 성격이다. 애매한 직무의 사원이라는 명분으로 이 극악무도한 회사는 내가 입사한 후 수 십 가지의 관련도 없는 잡다한 업무들을 떠넘겼다. 그렇게 새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는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업무 걱정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막연히 예민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다 수치상으로 인정(?) 받은 일이 있다. 한창 취업 준비와 부모님 가게 돕는 일로 힘들어했을 시기,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1년이 지난 시점에 정신적인 힘듦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 상담센터를 찾아갔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임을 간과해 그대로 집으로 돌아올 뻔한 그날, "오셨으니 오늘은 상담을 해드리겠다."는 상담사님 말씀에 기쁜 마음으로 설문지를 들었다.

체크, 또 체크.

설문지를 제출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담사님과 마주했다. 여러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중에서도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낮다는 해석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사회 규범을 매우 철저히 지키는데, 문제는 그 기준을 타인에게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은연중에 지나칠 수 있는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는데, 내가 체크한 설문지를 통해 지적받으니 순간 머릿속이 띵- 하고 울리는 듯했다.





재즈의 위로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한 성격을 조절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애를 쓰는 생활 속에서 종종 예상치 못했던 힐링을 받곤 한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면 부모님께서 역까지 데려다주시는데 그동안 라디오를 듣곤 한다. 그날은 엔딩곡으로 미노이가 부른 재즈가 흘러나왔고 첫 소절을 듣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다. 회사 생활로 걱정이 가득해 속이 꽉 막혀있었는데 순간 몸의 긴장이 탁-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재즈를 듣는구나.


 편한 세상 복잡하게 사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듯. 툭 툭 무심한 듯 하지만 가볍게 흥을 돋우는 리듬이 마치 "편하게 살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생각해 보니 재즈는 항상 그랬다. 웅장하고 어마어마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여유롭게 그루브를 탈 수 있는 음악인 것 같다. 앞으로 마음이 조급해지고 꽉 막히는 느낌이 들면 찾아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출근길에 허겁지겁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미노이의 'Cheek to cheek' 커버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한 듯 보였다. 나만 이 좋은 음악을 모르고 있었다니!


 혹시 힘든 일이 있으시다면,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을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meenoi (미노이) - Cheek To Cheek | NOI MAS | Official LIV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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