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회사에 입사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 혹은 그 뉘앙스 중 하나가 '열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 끝에, 가르쳐 주는 것 이상으로 배우고 성장하려는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첨언이 있었다. 인턴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스스로 마음가짐을 바꿔보려고도 하였으나, 지금까지도 나는 그 성향 그대로다.
이번에도 나름 억울한 부분은 있다.
회사 내부적인 부분으로 본다면 나는 전임자였던 과장이 하던 일을 모두 넘겨받았고, 거기에 전 직원 경영지원 업무, 구매팀과 기술팀 일까지 하고 있다. '일을 더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다'와 같은 말을 듣기에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너무나 많은 일들을 '떠넘김' 받았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정시퇴근이 가능하다. 일이 몰릴 땐 당연히 야근도 하고 있는데, (본인들이 아는 선에서) 야근을 안 하는 걸 보니 여유롭다, 일을 더 줘도 된다는 상부 직원들의 평가가 매우 유감스럽다. 잡일이란 잡일은 다 몰아줘 한계까지 밀어붙여놓고, 커리어 성장을 위해선 더 중요한 일을 적극적인 태도로 배우라는 반응들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아니나, 그저 편한 대로 굴리면서 겉으로 봤을 때 너무나 이상적인 핑계를 만든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회사는 합당하게 직무 변경해 달라는 요청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니 열심히 한다고 보너스나 연봉 인상에 반영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있던 의욕도 사라지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너무 지쳤다는 이유가 있다. 대학생 때부터 매일 공부하고 비어있는 시간에는 부모님 가게를 도우며 그저 평범한 요즘 젊은이들이처럼,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오니 열정도 의지도 바닥난 것인지 배터리가 방전되어 더 이상 충전되지 않는 기분이 든다. 열심히 한다고 더 나은 생활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없고 피부에 와닿다 못해 무섭게만 느껴지는 물가 상승에 희망도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다. 그저 혼자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정도만, 딱 그 정도만 무탈하고 무난하게 살고 싶다.
이러한 이유들로 안 그래도 회사에 대해 좋던 마음까지 작아져 이직을 알아보는 상황에 스스로 기회를 쟁취하라느니, 지금의 힘든 상황을 네 것으로 만들어 타개하라느니 식의 이야기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내가 제일 어리고 다들 연령대가 높아 특히 내 마음과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듯하다. 주위 친구들은 전부 나와 비슷하던데 회사만 도착하면 이런 분위기에 있으니 내가 비정상인 것만 같다. 스스로도 회사를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결국 이 모든 게 원하는 진로가 아니기 때문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무한의 굴레로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