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닷새 Mar 10. 2023

서른이지만, 스물아홉입니다.

이십 대에 갇혀버린, 서른이 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

유유자적하자... 파도와 하나된 광안리 갈매기처럼

 나의 30대는 언제 올까?

 이십 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주변  친구들이 30대가 되는 두려움을 조금씩 내비쳤다. 

십의자리 숫자가 '2'일 때는 젊은 청년, 청춘 같은데 '3'부터는 그 느낌이 달라져서 그런 것일까.

나 역시 20과 30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젊은 나이이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다.

30대로 접어들면 40대, 50대는 눈 깜짝할 새에 다가올 것 같다. 어릴 때 마음 그대로, 

20대까지는 대학생으로 퉁 치고 인식하는데 30대부터는 한참 크게만 보였던 어른의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도 나는 어서 내 30대를 맞이하고 싶다.







리셋하고 싶다, 내 20대


 내가 30대를 기다리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나의 20대는 흔히들 생각하는 '파릇파릇'하고 '희망이 가득 찬'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만족할 수 없는 학교에 입학했다는 마음 아픈 현실을 받아들이며 시작했다.

긴 취업준비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로 인한 마음의 부채감, 죄책감 때문에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하루의 대부분을 부모님 가게를 돕고 취업에 쥐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성적을 받으려 공부에 몰두했다.

20대를 돌아봤을 때 새로운 경험으로 신이 나고 행복한 모습이 아닌, 괴로워하며 우는 모습이 보인다.

저 깊은 곳에서 누군가 마음을 꽉 쥐고 있는 듯한 답답함이 어제의 일인 것처럼 생생히 느껴진다.

'모든 건 다 경험이고 그 경험으로부터 배운 게 분명히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원래 사람의 기억이란 좋은 것보다 나쁜 게 훨씬 오래가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읽은 책을 통해 내가 비교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 괴리는 성장하며 조금씩 맞물려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7살의 이상과 29살의 현실이 충돌한다.

아직 내 결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자꾸만 '미래'를 바라보는 중이다.

30대부터 풀리기 시작한다는 사주에 의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서 확신을 주었으면 싶어 자꾸만 그곳에 의존하게 된다.


 어른이 되는 건, 내가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한참 부족하다.

내 인생은 특별할 것이고 특별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기 힘들다.

현실을 받아들이며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괴리를 줄이려 하지 않고

언젠가 이상이 실현될 '미래'가 온다는 희망을 걸며 살아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삶을 리셋하고, '그건 내 20대 모습이었어'라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저 받아들이기. 나를 위해서.


 올해 '만'나이가 도입되면서 나의 30대는 2024년 6월까지 약 1년 정도 미뤄졌다.

올해 6월까지만 30대로 살다가 다시 29로 돌아가게 되었다.

단순히 아쉽다는 생각으로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대견하게 느껴졌는데,

글로 쓰고 보니 참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가 되면 더 나은 삶을 살 거야. 내 이상에 다가갈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했지만

혹시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때의 내 좌절감을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아주 높은 확률로 이상을 채우지 못할 것이고 완벽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이상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높은 곳을 바라볼 테니까.


 최근 <알쓸인잡>에도 나왔듯이 결점까지도 내 모습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인만큼

24년 6월까지 늘어난 내 20대를 충분히 즐기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30대를 반갑게 맞이하는 만큼 지긋지긋(?)했던 20대를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기 위해, 

"고생했어!"라는 인사 한 마디 해주기 위해 준비해야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진짜 30대가 되더라도 내 모습에 실망해서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는 통통배 정도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