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어느날 뉴욕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나는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일등석을 이렇게 빨리 타 볼 줄 몰랐다.
대기줄에서 비즈니스석을 타기 위해 줄을 선 말끔한 출장객들이 나를 부러운 듯 쳐다보는 듯했다.
비행기에 오르자, 노련한 승무원이 내 이름을 불러 준다.
예상했지만 당연하다는 듯, 자주 겪는 일이라는 듯 행동했다.
자리는 예상 대로 너무 넓었고, 묵직한 가죽 시트가 마음에 들었다.
비즈니스 보다 훨씬 넓은 좌석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넓어 보여, 비행기 안이라는 생각보다는 호텔 어느 라운지 소파 같았다.
식사는 일등석답게 코스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도 이렇게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비프의 익힘 정도를 물어 왔다. '실제로 비행기 안에서 굽나?'
뉴욕에 도착해서 참석할 미팅이 기대되었다.
전 세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제 입사 한지 겨우 6년 정도 지났는데 일등석을 타고 뉴욕으로 출장 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 지만, 아무튼 실제 일어났고 나는 뉴욕으로 가고 있다.
직장 생활이 갑자기 재미있고 신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성취감보다도 이게 더 나은 듯했다.
이제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일을 하다가 일등석까지 타게 되었는데 당연히 그런 거 아닌가?
내가 그 당시 하던 일은 회사의 계약협상(Contracts & Negotiation) 담당자 이다.
중요한 계약을 검토하고, 리스크를 발굴하고, 상대 회사와 협상을 하는 회사 내 In-house Negotiator 인 것이다.
당시 다니던 IBM이라는 회사 보다 이 일이 더 마음에 들었다. IBM이었기 때문에 이 Job을 회사 내에 만들 도록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당시 IBM이 하는 사업에 필요한 Job 이긴 했다.
IBM은 이 Contracts & Negotiation이라는 Job을 위해 많이 투자한 듯했다. 팀을 만들고, 매뉴얼을 만들고 그리고 교육 훈련을 열심히 시켰다. 교재의 주요 틀은 Harvard Law School의 협상전문가 분들에게 용역을 준 듯했다.
아무튼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 IBM Korea에 입사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 번의 식사, 중간이 간식, 영화 보기, 도착해서 참석할 세미나 혹은 콘퍼런스의 material 챙겨 보기.. 를 하면서 전혀 답답하지 않게 JFK에 도착했다.
나는 이 날(2003년 어느 날)로부터 22년을 더 Negotiation / 협상과 연관된 일을 하게 된다.
다음 편으로 https://brunch.co.kr/@snrlab/93
* 저에 대한 전체 커리어는 linkedin 에서 참조 / 현재 SNRLAB(전략적협상연구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