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교통사고

나의 첫 카페인 드라마

by Dㅠ
c7937e67459b8923dba177e4f4f48725e5d838fdf72a8b59d9f5dcf6332e5d449c7656d16156482e6deef958f1e8ee3fd7ffbb29bcad7ea21c0240c30d68f6811433c64701f2a5d93a368e00dc050b3f93e8dfe047aef8e6a1be04f1507516a9.jpg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2002)


2002년은 아시아 최초 4강 신화라는 대한민국이 한일 월드컵의 역사를 쓴 한 해였다.

2002년에 월드컵 이외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이었던 드라마. 한국보다 일본에서 빅히트 치며 배용준이 욘사마라는 한류 1세대 스타이자, 일본 최고의 우대와 호칭을 받은 이 드라마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로 인해 내가 처음으로 달콤 쌉싸름한 커피를 처음 마셨기 때문이다. 지금도 겨울 하면 생각나는 드라마 하면 원탑이다.


당시, 밤 10시 드라마를 처음 보는 초등학생이었던 나.

원래대로 라면 자야 할 시간이지만, 엄마는 드라마를 같이 보자며 나를 꼬셨다. 엄마는 여느 나이대의 엄마들처럼 드라마를 좋아하며 배용준의 광팬이었다. 엄마가 쓰던 옛날 수첩 안에 배용준 사진이 마치 가보처럼 붙여져 있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더니 엄마는 부엌에 가서 무언가를 제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 보는 갈색 가루와 희고 고운 하얀 설탕을 두 스푼, 프리마라는 큼직하게 쓰여 있는 봉투에서 흰색 가루를 꺼내 컵 안에 담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뜨끈한 물을 컵 안에 넣는다. 숟가락으로 주문 외우듯 휘휘 젓는다. 두 컵을 그렇게 뚝딱 만들더니 엄마는 나한테 마시라고 한잔 준다.


-이게 뭐야 엄마?
-이건 커피라고 하는 건데, 잠을 잊기 위해 먹는 거야.


내 입술에 닿은 따뜻한 커피.

내 인생 처음으로 마시는 커피였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쌉싸름했다.


성장기 학생에게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수면 시간을 지켜야 균등하고 곧바르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과 지능 등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혼자 보는 게 심심했던 것인지 그런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 듯했다. 나도 큰 거부감이 없었기에 커피를 성장과는 별개로 의심 없이 마셨었다. 어찌 보면 선생님 말씀 죽도록 안 듣는 문제아였을지도. 생활 리듬 안 지키고,방학 계획표 대충 짜고, 놀토에 공부보다 놀러 다니기 바쁜 꾸러기.

마침, 겨울연가 타이틀이 흐르며 광고가 이어진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배용준은 이 드라마 이전부터 인기 많은 배우였다고 말한다.

리즈 시절엔 시청률 60% 이상을 기록했던 주말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이 대표작이라고 말하는 엄마. 나는 이 두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인기를 실감하기는 어려웠다. 아무튼 광고가 끝나고, 첫 화가 시작했다. 크게 기억 남는 장면이라면 준상(배용준)이 눈사람끼리 뽀뽀시키더니 유진(최지우)에게 기습 키스하는 장면, 최지우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준상, 멘붕으로 미국으로 유학 갈려고 하던 준상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학교에서는 사망 처리되어 유진이 슬퍼하는 장면 등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드라마 필수요소가 다 들어가 있던 작품이었다.

출생의 비밀, 불치병, 기억상실증, 교통사고 등 이른바 사신기라고 불리는 것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긋지긋한 요소들이다. 당시에는 겨울이라는 분위기의 감성과 애틋한 첫사랑이라는 감정, 기생오라비 얼굴의 배용준과 최지우의 연기가 지긋한 요소를 커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드라마가 나온다고 하면 대중들이 "역시나 K-드라마, 막장 드라마네" 하면서 200% 욕먹을 드라마긴 하다. 근데 한국 사람들의 성향상 막장 드라마여도 결국 욕하면서 본다. 욕 나오지만 재미는 있으니 봐준다? 이런 느낌이랄까. 부부의 세계, 펜트하우스 같은 막장 드라마의 여론만 봐도 뭐 답 나오니깐 말이다.


오늘 아침, 집에 있던 믹스 커피 스틱을 뜯으며 생각난 이야기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국대다 토론배틀 8강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