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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Nov 20. 2021

한없이 가벼운 유행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들

유행이란 특정한 사회 내에서 일정한 사람들이 유사한 행동양식이나 문화양식을 일정한 시간 동안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나 한국사회는 유별나게도 남의 눈치를 의식해 주변 분위기에 자신을 맞추는 집단주의 문화권이기 때문에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뭐 하나 크게 유행하면 너도 나도 무지성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예전에는 강남스타일이 있었고, 지금은 오징어 게임이 되겠다. 콘텐츠 제작하는 회사에서는 공짜로 광고가 되니 매우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현상에 현기증이 난다. 사회 전체가 뇌절을 너무 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을 예시로 들자면 유튜브 광고나 지하철 광고로 나오는 건 기본. 정부에서 만든 포스터에서도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서 쓰는 것을 보고 "이건 좀 선 넘었다"라고 생각했다. 단물이 해골물이 될 때까지 빨아먹으려는 그런 모습이 싫다. 적당히라는 걸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흥미롭고 즐겁게 시청했다. 거액의 돈을 둘러싼 배틀로얄 장르가 한국에서 나온 것이 신기했다. 잔인함이나 성적인 표현도 한국 공중파 드라마였다면 절대 심의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 회차가 흥미로웠기에 시즌2도 기대되기도 하다. 그저 뇌절하는 사람들이 문제일 뿐. 인싸들의 인기가 식으면 귀여워서 데려왔다가 대소변 못 가린다고 버려지는 유기견처럼 안타깝다.


나는 개인적으로 깡이라는 노래를 좋아했었다. 

2017년 가수 비가 부른 노래다. 2020년에 친구가 웃긴 노래라고 카톡에서 유튜브 주소를 알려줘서 처음 알았다. 영상 보는데 너무 웃겨가지고 댓글을 달았다. 댓글을 많이 안 적는 편인데 이건 너무 웃겨서 안 달 수가 없었다. 가사가 너무 난해하고 춤도 오랑우탄이 추는 것처럼 기괴하고 혐오스러웠다. 묘하게 중독된 이 노래를 듣다가 심심해서 오늘 할 일을 댓글로 적었는데 좋아요가 달려서 웃겼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를 보니 "1일 1깡을 아시나요"라는 문구로 메인 기사가 올라왔다.

내가 보던 게 뉴스에 떠오를 정도로 어느 센가 유명해져 있었다. 또한 놀면 뭐하니 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이효리, 비가 합하여 싹쓸이라는 그룹을 만들면서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깡의 조회수와 댓글량은 전보다 200%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나만 아는 구멍가게 같은 느낌이었는데 인싸들이 방문하니 건달들에 의해 자리 빼앗긴 노점상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인기가 식은 후 오늘 오랜만에 깡에 들어왔다. 댓글이 어느덧 16만 개가 되어 있었고, 아직도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와. 이 정도면 찐 광기 아닌가 싶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다가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보면 웃음과 삶의 의욕이 샘솟는다.


깡에 이어서 요즘 내가 찾은 유튜브는 래퍼 정상수이다. 브베를 뒤이을 차세대 슈퍼 아이돌이다. 그는 방송천재임이 틀림없다. 아직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댓글도 별로 없다. 이 사람은 착한 건지 바보인 건지 그냥 뭘 하든 다 웃기다. 근데 최근 킬링 벌스에 출현했는데. 조회수가 460만인 거 보면 나만 아는 건 아닌 듯해서 아쉽다. 정상수는 제발 인기 없었으면 좋겠다. 인싸들이 뇌절 댓글 쓰는 거 보기 싶지 않다. 나만 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유튜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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