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ㅠ Dec 19. 2021

쿠팡 헬퍼 세 달째

소분의 왕이 되어 가는 중

전 회사는 김포로 이전하면서 나는 더 이상 출근하기 어려워 퇴사하였다.

약 1년 동안 다녔는데 아쉬웠다. 친했던 사람들도 회사 이전 때문에 퇴사하였는데 나도 그렇게 되었다. 9월부터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취업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알바천국, 알바몬, 워크넷, 잡코리아, 인쿠르트 등등 아는 취업 사이트는 다 들어갔다. 이전 직장은 서서 일하고 CNC 기계를 조작하며 베어링을 가공하는 직장이었다. 이번 직장은 몸이 편한 직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보조 직장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누나는 나에게 면접 보면서 면접이 없는 날에는 쿠팡 헬퍼 아르바이트를 다녀보라고 알려줬다.

업무는 간단하다. 가벼운 쿠팡 물건들을 분류 작업하는 소분 업무. 처음에는 어떤 형식인지 잘 몰랐기에 듣기만 했을 때는 경험해봤던 군포 CJ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했던 그런 분류의 일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물류센터가 있는 서초로 출발했다.


10분 일찍 서초 캠프에 도작하고 목장갑을 받고 쿠펀치라는 어플을 깔고서 업무를 시작하였다.

쿠펀치를 깔아야지만이 시간 체크와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반장님께서 설명하셨다. 이외 반장님에게 주의사항을 듣고 업무장으로 올라갔다. 물건 분류를 도와주는 긴 레일과 함께 안에는 철제 분류함이 수백 개가 있었다. 반장님이 업무 위치를 알려주고 나는 고정된 자리에서 밑에 쓰여 있는 번호에 맞는 물건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휴식 시간.

4시간이 지나갔고 굉장히 목이 말랐다. 업무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자판기가 왜 있는지 몰랐는데 쉬는 시간에 알게 되었다. 사원 복지인지 음료 자동판매기는 300원의 균일 가격이었다. 중간 휴식시간에 마시는 이온음료는 꿀맛이었다. 휴식시간이 지나고 나머지 4시간을 채우고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통근 버스를 타고 신림역으로 퇴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회사에 면접을 봤고 합격했다.

그래서 가족들도 좋아했고 나 또한 행복했다. 첫 출근 날은 내가 아는 게 없고 선배님들이 알려주신 것들만 하며 시간을 지루하게 안 갔다. 어쨌든 그렇게 느리게 어느덧 시간은 6시를 가리켰고 퇴근하였다. 두 번째 출근날도 어제처럼 출근했는데, 간질이 발생하며 나는 정신을 잃고 차가운 아스팔트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눈을 떠보니 나는 응급차에 실려 있었다. 

안경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왼쪽 눈 주위, 이마 주위에는 솜과 반창고가 붙여져 있었다. 의식을 차린 나는 전에 갔었던 순천향병원으로 가달라고 응급원에게 말했다. 옆에는 엄마도 있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이었다. 마침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머리를 다쳐서 지금 응급실로 가는 중이라고 설명하였다. 1시간이 지났을까. 순천향병원에 도착했고, MRI와 X-ray 검사를 받았다. 간호사가 다행히도 큰 이상은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정신을 차렸고, 응급실을 퇴원하게 되었다. 치료비를 내고,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푹 쉬고 다음날 회사를 출근했다.

정시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업무 시간이 되었는데 사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나는 간질이 갑자기 발생하였고 어제는 출근할 수 없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요양을 먼저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강제 퇴사를 권유하셨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요양이 우선인 건 사실이었다. 이틀 치 일급과 조금의 돈을 좀 더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내 통장의 들어온 돈을 확인하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그 이후 일주일 뒤, 몸이 괜찮아진 나.

다른 회사로 취직하기 위해 열심히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은 계속 잡히는 데로 봤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그러기를 어느덧 세 달이 지나갔다. 몸을 정상 컨디션을 찾고 이전에 일했던 쿠팡 헬퍼 업무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몸은 쿠팡 업무에 많이 익숙해졌다. 마치 소분의 왕이 되었다랄까. 친해진 헬퍼님도 있고, 농담도 하면서 즐겁게 소분 업무를 하였다. 돈만 많이 주면 여기서 계속 일 하고 싶은데 급여가 짜서 그건 사실상 어렵다.


이번 주 토요일에 정신과 선생님께 취업이 안돼서 어렵다 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다른 환자분들도 오시는데 그분들도 취업 안된다고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했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요즘은 일반 중소기업도 30대 1 정도의 경쟁률이라고 말하셨다. 코로나 시대에 너도나도 최악의 구직난 속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애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 연도 달력을 보니 12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올해는 취업하기 어렵다 라고 판단했다. 최소한 내년 1월에는 빠르게 취직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주 5일로 아침에는 쿠팡 헬퍼로 소분의 왕으로 생활하고, 면접이 잡히면 웬만하면 오후에 잡도록 하며 살고 있다. 이 지긋지긋한 취업 경쟁은 언제쯤 끝날지. 나는 그저 안갯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림의 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