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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Aug 16. 2023

축구 열기 식은 중고딩

자신감 없고 소심한 아이


-3-


경이로웠던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다시 나는 원래 축구 싫어하고 소심한 아이로 돌아왔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고, 말 한마디 똑 부러지게 못하는 흔한 안경잽이였다. 중학교에서 수많은 과목을 배우지만 가장 싫었던 시간이라면 역시나 체육시간이었다. 체력도 별로고, 몸 움직이는 게 싫고, 결정적으로 땀나는 게 싫었다. 체육 선생님이 주도하는 수업시간에는 어차피 하라는 데로만 하면 되니까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버텼다. 그러나 가끔씩 자유수업시간이라고 공 하나 놓고 니들끼리 알아서 놀아라라고 할 때는 난감했다.

중학교 때 자유시간에는 애들이 축구를 많이 했다. 그럴 때 나는 보통 가로수 그늘에 앉아 그들이 하는 축구를 구경했다. 그런데 가끔씩 사람 비율이 안 맞으면 넉살 좋은 인싸 친구나 무서운 1짱이 협박하듯 쪽수 채우라고 할 때 어쩔 수 없이 나갔다. 오른쪽 수비수로 푸르른 소나무처럼 뿌리박은 나. 어차피 내가 안 움직여도 저 앞에 있는 애들이 알아서 골 넣는데 굳이 앞으로 나갈 필요가 없기도 했다. 여담으로 졸업할 때쯤에 알게 되었는데 안정환 선수가 내 학교 축구부 출신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로 애들은 축구를 많이 했다.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은 주도적으로 하는 수업은 거의 없었다. 자기 할 일 많아 바쁘다며 공 하나 애들한테 주고, 선생님은 교무실에 가서 자기 업무를 봤다. 고등학교는 헬스실이 있어서 러닝머신, 벤치프레스, 아령 같은 도구들이 있었다. 뙤약볕에 뛰면 땀만 오지게 나는데 재내들은 뭐가 좋다고 저리 뛸까 하며 나는 헬스실에 들어가 창문너머 애들을 한심한 눈으로 처다보며 3단계로 올린 러닝머신 앞에서 구시렁거렸다. 여담으로 우리 학교 축구부가 꽤 높은 성적을 거두기로 유명했으며, 내가 졸업할 때쯤에야 운동장에 잔디가 생겼다.

수능을 망친 나는 어떻게 부랴부랴 성적에 맞춰 어느 평범한 대학교 생활스포츠과에 입학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좋아했던 배드민턴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물론 대학교에 축구장이 있었으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축구와 멀어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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