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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Aug 17. 2023

군생활의 한줄기 빛, 런던 올림픽

박주영의 인생슛


-4-


대학교를 다니다 어차피 군대를 가야 한다면 빨리 가자 라는 마인드였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는 지체 없이 공군에 자원입대 했다. 군대 가기 한 달 전, 각 군대마다 장단점을 검색해 봤다. 육군은 사람만 많고 장점이 없어 보였고, 가혹행위나 부조리한 장면을 뉴스로 수도 없이 많이 봤다. 그렇기에 육군은 절대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검색하다 공군이 좋다는 어떤 인터넷 글을 봤다. 휴가가 많고 지원입대라서 사람을 걸러서 뽑는다는 게 좋다고 하였다. 대신 타군보다 군 생활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하였다. 군생활 길어도 휴가가 많다는 것을 메리트로 느낀 나는 공군 홈페이지에 병 708기 지원했다.

지옥 같은 훈련소를 끝내고, 수원으로 자대배치받았다.

선배님들은 다행히도 검색했던 것처럼 대부분은 인간적으로 하자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군대는 핸드폰을 못 썼던지라 유희거리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내가 즐겁게 했던 건 인가받은 PMP에 달빛조각사 소설을 읽거나, 선후배들과 함께 가는 볼링 정도뿐이다. 그러다 일병이 된 시점에서 2012 런던 하계 올림픽이 시작했다. 언제나 금메달 따는 양궁도 있었고, 올림픽의 꽃 마라톤도 있었지만, 임팩트는 역시나 축구였다. 시차로 인해 새벽에 봐야 하는 경기들이 간혹 있었는데, 그게 바로 새벽 3시 45분 동메달 전이었다. 다행히 토요일이라 TV연등을 어기고 봤다. 친했던 선배님이 혹시 안 자고 있으면 깨워달라고 했다. 나는 달빛조각사를 읽으며 윤하의 노래를 들으며 졸린 눈을 비비며 시간을 뻐겼다.

동메달 전은 무려 숙명의 한일전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주체 할 수 없는 감정의 라이벌. 그렇게 경기는 시작되었다. 전반 37분, 역습으로 박주영 선수의 드리블로 수비수 4명을 제치고 시원한 땅볼슛이 골대로 들어갔다. 깨워 달라 했던 선배와 나는 숨 죽이고 조그마하게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게. 박주영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는 여전했다. 리드를 유지한 대한민국이 승리하고 동메달을 받았다.

이때를 기점으로 나는 그렇게 증오했던 축구를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어쩌다 주말에 선후배들과 연병장에 나가 축구를 하게 되었다. 어차피 그 당시 어렸던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었을까? 전혀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거를 잊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의 육체도 정신도 한 단계 성장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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