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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Aug 24. 2023

직관의 열망, K리그로 채우다.

나의 사랑 FC서울


-10-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개나리가 피지 않은 추운 겨울날이었다. FC서울 홈페이지 둘러보다 개막전 기념 선수단과 사진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웅킨 몸을 바삐 움직였다. 선착순이라고 했기에 빠르게 상암으로 출발했다. 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곧 3월이라 따뜻하겠지 하고 평소 겨울 옷차림보다 조금 얇게 입고 갔다. 그러나 그 선택은 크나큰 실수였다. 그늘 아래서 대기하는데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서늘한 냉기가 몸 안을 파고들었다. 사진 대기열에서 탈출하면 무척 손해 일 것 같아 손발이 어는데도 핸드폰 하면서 어찌어찌 버텼다. 그런데 두 번째 문제는 가져왔던 보조 배터리가 오링 났다. 핸드폰은 붉은 상태로 꺼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보던 위쳐 드라마를 끄고,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랐다. 2시간은 더 버텨야 했다. 군 생활 시절이 떠올랐다. 시간과 공간의 방...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느낌.

아무튼 2시간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버티면서 대기표를 받고, 얼른 따뜻한 1층 편의시설 내부로 들어갔다. 

손발을 비비며 핸드폰 충전 할 공간을 찾았다. 마침 아케이드 오락실이 있었다. 남는 전기코드를 찾아 인형 뽑기 한두 판 하며 핸드폰을 보며 눈치 충전했다. 30분 이상 충전 해서 20퍼센트를 넘겼다. 다시 모인 포토 이벤트 대기존에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황의조 선수와 찍기 원했지만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다.

경기 시간 30분 남았다. 바로 입장해서 자리를 찾는다. 내가 예매한 곳이 동측을 찾는다. 

맨 앞자리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갔던지라 선수들이 보이는 좋은 위치가 어디인지 몰랐다. 경기 시작하고 나서 반대 측, 서편에 앉아야 이벤트나 선수단 입장, 코칭존이 있어 관전에 유리하다는 걸 깨달았다.

전반전 휘슬과 함께 시원하게 폭죽이 터지며 개막전이 시작되었다.

전광판에는 응원가가 나오는데 나는 몰랐기에 비슷하게 따라 부르거나 입만 뻥긋거렸다. 선발진을 보는데 K리그를 거의 안 봤기에 FC서울에 아는 선수는 많이 없었다. 국가대표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사람들만 알았다. 그런 상태에서 보다가 임상협 선수의 왼발 감아차기 선제골로 홈팀이 앞서 갔다. 후반엔 김주성 선수의 헤딩골로 2:1로 승리한다. 축구장에서 보다 보니 느낀 건데 생각보다 현장에서 골인이 안 보일 때가 있다. 컴퓨터로 보면 스카이뷰로 보기 때문에 확실하게 골 들어간 걸 알 수 있는데 의자에 앉은 직선의 시야에서는 시야에 따라 안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소리로 함성 지르고 응원가 부르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푼 기분이었다. 골 들어갈 때마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크게 박수 쳤다. 이게 축구였지 하며 어릴 적 효창운동장에서 기분 좋은 기억을 이어나간 하루였다. 승리하고 홈팀 서울 선수진이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소통하였다 한 바퀴 다 돌고 북쪽이 홈팀 응원석인 수호신들의 자리였다. 이곳에서 뒤풀이하며 선수들과 팬이 즐거운 소통을 한다. 핸드폰 꺼지기 전에 사진 열심히 찍었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응원팀을 골라야 확실하게 과몰입해서 응원할 수 있겠다 생각 들었는데 어차피 나의 연고지는 서울 밖에 없음으로 이번 시즌부터 FC서울의 팬이 되기로 한다. 

후련하게 몸을 뜨겁게 만들고 기운을 뺀 나는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인스타그램에 직관 자랑 사진을 올리며 영광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업로드 후 이런 기쁨을 같이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외로움 느끼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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