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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Sep 06. 2023

왜 항상 시간은 부족할까

24시간이 모자라



혹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10대는 10km 속도로 시간이 흐르고, 20대는 20km 속도로 흐르고, 30대는 30km 속도로 흐른다라고

처음 이 말을 들을 때는 아마 고2 때쯤이었다. 그렇기에 이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잘 몰랐다. 군대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쏜살 같이 지나간 20대를 지나며 30대가 되고 나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20대 때 친구들은 직장인 5, 백수 5 비율로 있었다. 주말에 술 약속으로 만나면 항상 다른 이야기를 한다. 취업생들은 사수나 회식 관련 된 불편했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으며 백수들은 게임이나 섹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공통분모라는 것이 있었다. 이상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점심 메뉴를 공유하며 먹을까 말까 하다 간장 비빔밥이라는 걸 알고, 매점에 가서 맛있는 불고기 버거를 먹던 그런 소소한 일상. 25살쯤 되었을 때 확실하게 나뉘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친구들과의 하나둘씩 접점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직장인의 바쁨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 백수들은 '아 재미없다'라는 지루한 눈빛으로 턱을 괸 채 고개만 끄덕 거린다. 나나 취업생들의 표정은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 중에서도 직장인들만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오후 7시쯤 직장인 친구들과 어느 치킨집에 모여 소소한 치맥 한잔 하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한두 시간 떠들고 나면 그렇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날이 없었다. '직장에서 만난 개진상 이야기' '직장 상사와 불편했던 이야기' 등등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용을 공유하며 공감하며 깔깔거리면 어느덧 밤 10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노래방을 좋아해서 2차로 가고 싶어 졸랐지만 '내일 출근해야지?' 하며 거절하는 친구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터벅터벅 힘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근데 만약 약속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 있다.

7시 저녁 먹기, 샤워하기, 반려동물 배변 패드 치우기. 8시 구독된 유튜브 밀린 영상 보기, 넷플릭스에서 국민사형투표 보기, 9시 피파온라인 감독모드로 자동게임 돌리기. 10시 별밤 들으며 글쓰기 하면 벌써 하루가 끝난 다음날 24시가 되어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고, OTT 시장이 커지면서 원래 나는 보통 게임이 주 킬링타임 콘텐츠였는데 핸드폰으로 유튜브와 OTT와 모바일 게임이 나만의 킬링타임 요소로 추가되었다.

예전에 나는 P 성향이라 즉흥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시간 단위로 해야 할 일을 작성하는 회사를 다니고, 시성비를 따지는 요즘 시기에 접어들며 J 성향으로 바뀌었다. 시간을 단위로 쪼개고 쪼개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려 한다 대부분은 지키려고 하지만, 회사에서 스트레스와 시간을 소비함으로 인해 내 몸이 피로가 축적되어 수면욕을 참지 못해서 베개에 눕자마자 바로 잠에 든다거나, 넷플릭스에 관심 없는 작품들만 있다던지,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하는데 막상 어떤 주제가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서 머리를 감싸며 스트레스받는다.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분명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 8시간이나 이득을 보는데도 평일 보다 더 빨리 시간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주말에 술약속이 딱히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밖에 나가면 모든 게 돈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집콕생활 하게 된다.


20년 전 한국과 비교해 보면 할 것이 정말 다양해졌다. 전에는 PC방, 당구장, 볼링장,바둑기원 등 주로 밖을 나가야지만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중요했었지만, 지금은 빠른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보는 시대, 개인별 맞춤 콘텐츠로 트렌드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하지 않는 일종의 아웃사이더 같은 사람이 많아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을 만나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단정하게 얼굴과 옷으로 꾸며야 하고, 가끔씩은 내가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하는 상대를 보며 엄청 재미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연기해야 할 때도 있고, 의견이 갈리거나 내 철학과 맞지 않는 상대의 행동을 보며 분노나 스트레스로 감정소모를 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집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헝클어진 머리에 여드름이 잔뜩 나있고, 입냄새가 나지만 굳이 나갈 일 없다면 집에서 나만의 쾌락 거리를 즐긴다. 넷플릭스에서 완결된 드라마를 보고 AI가 알아서 비슷한 드라마를 추천해 주며 작품 선택 시간을 아낀다. 성욕은 왕성하지만 섹스할 파트너가 없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볼만한 야동 없는지 추천해 달라고 하면 사람들이 댓글로 품번을 적어주며 좋은 시간 보내라며 응원한다.

현재 MZ세대의 개개인의 개성이 이전 세대 보다 더 뚜렷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코리아트렌드 2023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취향 파편화라고 정의했다. AI 기술로 조그마한 개인 취향마저도 꿰뚫어서 추천 영상을 계속계속 고객에게 보여준다.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면 유토피아가 펼쳐질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양날의 검이었다. 2차 산업혁명으로 수많은 자동차들과 물건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만 그로 인해 매연으로 인한 환경이 파괴되거나 기계한테 일자리를 빼앗겼다며 머신을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진행되었다. 인터넷 혁명으로 인해 물리적 거리가 줄어든 글로벌 시대로 인종, 언어를 뛰어넘은 하나 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며 '넌 잘못되었어' 하며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며 비난의 시대가 가속화되었다. 또한 지식은 흘러넘치지만 그 속에서 가짜뉴스나 잘못된 지식을 올려 그 내용이 진짜로 둔갑하여 대중을 속이거나 정설로 믿게 만드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기술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AI 냉장고의 경우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들이 들어가 있으며 어떤 음식이 부족하면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할 수 있게 화면이 뜬다. 거기에 그 음식과 같이 먹으면 좋을 음식도 추천해 준다. 인간에게 편리함과 이로움을 선사하는 AI의 기술은 분명 좋은 기술임은 틀림없지만, 생각하는 을 줄인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다. 생각하지 않음은 인간이 아닌 동물로 본다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낫다'라는 말을 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배고프면 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할 테니까 말이다.


잡설이 길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 시간이라는 존재는 부자든 거지든 24시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금도 글을 쓰며 흘러가는 1분 1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나의 시간만 느리게 만들어서 36시간을 사용한다던지 그런건 불가능 하니까.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나 자신에게 실망 할 필요 없다. 그렇기에 계획대로 일정을 채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늘 치열했던 하루 열심히 살았구나' 나 자신에게 위로와 칭찬하며 잡생각을 없애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이렇게 실천하니 나 자신에 대한 불안감도 줄어들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낙천적인 삶을 살게 되어 나는 행복해졌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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