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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Sep 16. 2023

담배 안 피우는데 왜 늦게 들어와?

어차피 나가 있는 시간 총량은 똑같은데



지겨운 회사.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이니 즐겁게 마무리해 보자.

내 팀에는 나를 포함해 총 4명이 있다. 나는 비흡연자고 나머지는 흡연자다.

출근해서 오전에는 회의하고 이것저것 업무 하다 보면 어느새 11시 30분. 맛있는 점심시간이 돌아온다. 오늘은 뭘 먹어볼까. 돈카츠 전문점은 안 가봤는데 한번 맛 좀 볼까~ 요즘엔 주문이 대부분 전자화되어 내가 간 소규모 음식점도 자리마다 있는 소형 키오스크로 메뉴를 결제한다. 만원 카드결제로 등심카츠를 먹는다. 우물우물 천천히 씹으며 소화시킨다. 동시에 핸드폰으로 오늘은 무슨 일이 생겼나 하며 궁금증에 커뮤니티와 뉴스를 눌러본다. 생각보다 폭소하며 볼만한 글이 없다. 그냥저냥 무난한 뉴스들...인 줄 알았으나 "지하철 파업"이라는 나의 시간에 영향을 주는 단어를 대문짝만 한 글을 본다. '하.. 집에 일찍 가긴 글렀네. 아오 짜증 나'  하며 핸드폰을 잠금 한다. 맛있게 등심 카츠를 싹 비운다. 문을 열고 옆집 카페로 간다. 오늘은 뭘 먹어볼까 하다가 쌉싸름한 기본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예전엔 무조건 달콤한 커피, 예를 들면 캐러멜마키아토 같은 것만 먹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담백한 게 좋았다. 근데 신맛은 개인적으로 별로다. 탄맛을 먹고 싶은데 이건 키오스크에서 못 고르더라. 아무튼 낭낭하게 가득 찬 플라스틱 컵 들고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


오후 12시 30분, 가볍고 빠르게 양치질한다.

오후 업무 시작.... 하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2시 30분. 담배 3인방은 2시에 이미 나갔다. 그들이 들어오는 시점에 나는 나간다. 2시 30분에 들어온 걸 확인하고 나는 바람 쐬러 나간다.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 잠을 깨보려한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든다. 사무실은 환기가 안되기에 공기도 무겁고, 사람들도 날 무겁게 대하기에 유일한 탈출구다. 한 20분 지났다. 사무실로 돌아간다.

3인방은 3시 30분, 4시 30분, 5시 30분을 담배 피우러 한 번씩 더 나갔다. 나는 칼퇴를 위해 업무에 집중하고 마무리를 해야 하기에 그 시간대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5시쯤 돼서 주임님이 바람 좀 한번 쐬고 오라고 하길래 나갔다. 이번에도 단톡방 친구들과 영양가 1도 없는 여자 이야기, 종교 이야기, 정치 이야기 하며 '어휴 병신새끼 ㅋㅋ' 하며 마치 웃음 참기 챌린지에서 참다 참다 폭발한 사람처럼 광대뼈가 주체할 수 없이 아팠다. 그렇게 20분 지나고 다시 복귀한다. 그런데 3인방 중 한 명이 나보고 어디 갔던 거냐고 물어본다.

"바람 쐬고 왔다."

"담배도 안 피는데 웰케 늦게 와? 나머지 사람들은 눈치 보면서 10분 안에 오는데 말이지"


순간 난 내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자기네들은 1시간 쿨타임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담배 피우러 우르르 나가면서 내가 20분 나가는 건 문제인 건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따올랐다. 어차피 시간 총량을 따지면 비슷하거나 내가 더 적을 텐데 말이다. 솔직히 기분 상해서 '이건 좀 불공평하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 같은 힘없는 사원이 상위 직급자에게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았기에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화를 끝냈다. 퇴근시간이 다 돼서 즐거워야 하는데 이런 이야기 들으니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난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담배 같은 백해무익한 기호식품을 피우는 것 자체가 건강에 안 좋고, 담배값이 4500원인데 두 갑이면 오늘 점심에 먹은 등심카츠랑 가격이 비등하다. 그렇기에 내 건강 철학과 자금을 모아야 차도 사고 집도 사는 입장에서 흡연자들의 마인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너도 즐겨라 뭐 이런 건가? 일 자체도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을 내가 사실 떠맡기듯 각각 3인의 다른 스타일의 3가지 업무를 각각 다 나한테 줘서 이거 안되었다 저거 안되었다 하며 짜증만 오지게 낸다. 또한 사람들마저도 필터링 없는 송곳처럼 내 마음을 다치게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무언가 부탁할 때 정중하게 "부탁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고, "이거 해"라고 빠르게 지시할 수도 있고, "아 시발! 시간 없어~ 빨리해" 라며 서류 던지며 재촉하는 단어. 셋 다 부탁하는 거지만 뉘앙스 자체가 완전 다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선 모두 다르게 받아들인다. 여기에선 대부분 2 또는 3의 언어로 나를 송곳으로 공격한다. 여긴 서로 기분 좋게 월급 받는 회사라기 보단 질퍽한 늪과 가시 돟힌 나무줄기만 가득한 정글 같다. 누가 더 정치질을 잘하고, 억누르고, 눈치 주고. 이게 회사라는 곳인가 하며 절망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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