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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문을 열던 날, 저작권을 배웠다

한 번의 실수, 평생을 지켜야 할 약속

by D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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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인터넷을 뒤져 좋아하는 사진을 저장하고, 내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하루의 낙이었다.
'좋은 건 함께 나눠야지'라는 순수한 마음뿐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장난 전화겠거니 웃어넘겼지만,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를 찾은 순간, 그 모든 게 현실이라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조사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블로그에 올렸던 이미지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설명해야 했고,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 이제는 차가운 증거물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초범이고 고의성이 없었던 덕분에, 저작권 교육을 이수하면 집행유예로 풀어주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교육을 신청했다.
그곳에서는 저작권이 왜 중요한지, 표절과 오마주의 차이는 무엇인지, 저작권의 유효기간은 얼마인지 체계적으로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르침은, '창작은 누군가의 시간과 땀, 그리고 마음에서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교육을 받으며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내가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 허락도 없이 가져간다면?"
상상만 해도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났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들이 얼마나 쉽게 타인의 마음을 짓밟을 수 있었는지를.

학교에 다닐 때, 나는 용돈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정가를 주고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유로, 죄의식도 없이 게임을 즐겼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행동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제는 스스로 돈을 벌고 사용하는 어른이 되었고, 누군가의 창작물을 만날 때마다 그 노력을 존중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가끔 상상해 본다.
만약 내가 수개월을 들여 만든 게임이,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어딘가에서 불법으로 풀려나 사람들이 무료로 즐긴다면?
생각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진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사라진다면, 나의 창작 욕구도 꺾이고, 결국 또 하나의 꿈이 사라질 것이다.
저작권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법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창작자들의 다음 꿈을 지켜주는 일이다.

이후로 나는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마다 저작권을 떠올리게 되었다.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가능하면 직접 찍고 직접 쓴 자료만 사용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다른 사람의 노력을 존중하는 일에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세상도 조금씩 변했다.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글이나 사진을 무단 도용하는 일이 흔했고, 타인의 사진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꾸며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워터마크를 삽입하거나,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막아 무단 저장을 방지하는 등 개인 스스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법들도 자리 잡았다.
누리꾼들의 에티켓이 성숙해지면서, 저작권은 더 이상 '어려운 법'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약속'이 되어가고 있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률 조항이 아니다.
누군가의 시간을, 열정을, 그리고 꿈을 지키는 약속이다.
나 역시 이 약속의 소중함을 조금 일찍 배운 덕분에, 앞으로도 창작자들의 노력과 꿈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작품도, 누군가에게 정당한 존중을 받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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