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사이로 달라진 공기
술잔을 비운 우리는, 바에서 나와 느지막이 신림의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밤공기는 차갑지만 기분 좋은 냉기였다.
"여전하다. 신림은."
준식이 말했다.
"변한 것도 많지. 여기 저기 다 재개발하잖아."
"그래도 딱 이 골목만큼은, 그대로인 것 같아."
준식이 웃었다.
"조금 낡고, 어수선하고, 그런 게 좋네."
나는 말없이 옆을 걸었다.
조금 앞서 걷는 준식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쫓던 그 아이가 떠올랐다.
"야, 준식아."
"왜?"
"너 그때 기억나? 축구 끝나면 맨날 너 땀에 젖은 셔츠 때문에 나 도망갔던 거?"
"ㅋㅋㅋ 기억나지.
은정이가 그랬잖아. '냄새나서 싫어!' 이러고 도망치던 거."
둘이 동시에 웃었다.
그때의 우리는 참 단순했고, 지금의 우리는… 생각보다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근데,"
준식이 걸음을 멈추며 나를 돌아봤다.
"은정아. 지금 보면, 나는 그렇게까지 냄새 안 나지?"
살짝 장난기 섞인 눈빛.
나는 괜히 웃음을 꾹 참으며 대답했다.
"음… 70점?"
"야, 너무한 거 아냐?"
준식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ㅋㅋㅋ 농담이야 농담."
이런 티격태격.
아주 오랜만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거리가,
술기운 덕분일까, 아니면 그냥 시간이 필요한 거였을까,
한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근데 진짜 신기하다."
준식이 말했다.
"뭐가?"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친구였는데."
준식은 문득 시선을 멀리 두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왠지 조심스럽네."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신림 골목의 가로등 불빛이,
우리 둘 사이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