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색함 사이로 스며드는 것들

어린 꿈을 기억하는 밤

by Dㅠ

술이 한 잔, 두 잔.
조금씩 테이블 위에 빈 잔이 늘어났다.

준식이 웃으며 옛날 얘기를 꺼냈다.

"기억나? 우리 초등학교 때."

"뭐?"

"축구부."

나는 피식 웃었다.

"네가 축구선수 한다고 매일 운동장에서 공 차던 거?"

"응. 너 맨날 물 챙겨주고 수건 가져다 주고 그랬잖아."
준식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그게 다 네가 부탁했잖아. '은정아 물!' 이러면서."

"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그때 진짜 든든했어.
초등학교 때 매니저 두는 애가 어딨어."

둘 다 웃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이 풀려서인지,
웃음은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진짜 그때만 해도 네가 월드컵 나갈 줄 알았는데."
내가 말했다.

"ㅋㅋㅋ 그러게. 어릴 땐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지."

준식은 잔을 기울이며 멍하니 웃었다.
조용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음악만 흘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금 삶 이야기가 이어졌다.

"요즘은 어떤데?"
준식이 물었다.

"그냥… 살아남으려고 사는 거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회사 일에 치이고, 야근하고, 또 치이고.
꿈이고 뭐고, 그런 거 생각할 여유도 없어."

"…알아. 나도 매일 소설 쓰면서 불안해."
준식이 작게 웃었다.

"그런데도 계속 쓰는 거 보면, 너 대단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준식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금 느려도, 조금 멀어도,
하고 싶었던 건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

그 말에 괜히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
어릴 때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환하게 웃던 준식이,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꿈을 품고 있었다.

문득 나 자신이 너무 쉽게 포기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뭔가 다시 해볼까…"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말에, 준식은 잔을 부딪쳤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중요한 건, 아직 시작할 수 있다는 거."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오늘 만나길 잘했다."

조금 취한 듯, 조금 솔직해진 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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