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랜만의 술잔, 오랜만의 웃음

시간을 건너 다시 마주한 너

by Dㅠ

"어서 오세요."

바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은은한 재즈가 깔리고, 손님들도 적당히 웅성이는 정도였다.
조명이 낮게 드리워진 곳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뭐 마실래?"
엄준식이 먼저 메뉴판을 넘기며 물었다.

"음… 뭐가 맛있어?"

"여기 시그니처 칵테일 있어. '디오니소스의 눈물'이라고. 맛있대."

"이름 뭔가 오글거려… 근데 궁금하다. 그걸로 할게."

준식은 웃으며 바텐더에게 주문을 했다. 나도 그를 따라 칵테일을 한 잔 주문했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괜히 눈을 피하고,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던 사이였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많은 걸 바꿔 놓았나 싶었다.

"넌 변한 게 없네."
준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나는 네가 많이 변한 거 같은데. 키도 크고… 목소리도 낮아졌어."

"하긴, 나도 거울 보면 어색해. 어릴 땐 키가 작아서 맨날 놀림받았잖아."

"맞아. 내가 너 놀리면서 '꼬꼬마'라고 불렀었지."

"진짜 너무했다니까."
준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칵테일이 나왔다.
반짝이는 잔을 서로 부딪치며 건배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나도."

한 모금 마시자 달콤하면서 쌉쌀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약간 어지러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근데, 진짜 웃기지 않냐?"
준식이 말했다.
"서울 마포에서 만나서, 서로 잊고 살다가… 몇 년이야, 15년?"

"응, 15년."

"15년 지나서, 신림 고시촌 같은 데서 다시 만나다니.
이거 진짜 인연인가?"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인연이라기엔 너무 고시촌스럽다."

"ㅋㅋㅋ 그건 맞지."

술기운 때문일까.
준식이 웃을 때마다,
예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깔깔거리던 기억들이 선명해졌다.

"너, 어릴 때 꿈 기억나?"

"내 꿈?"
나는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했다.

"음… 경찰관? 아마 그랬을 걸?"

"나는 소설가였는데."
준식이 살짝 멋쩍게 웃었다.

"그래서 아직도 포기 안 하고 있나 봐."

"그렇지."
그의 눈빛에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재회는 그냥 '추억팔이'가 아니었다.
그때의 작은 꿈을 아직도 품고 있는 사람이,
여기, 내 앞에 있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긴 시간과 어색함을 녹여내듯,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술잔이 비워질 때쯤,
준식이 불쑥 말했다.

"다음엔 밥이나 같이 먹자. 술 말고."

그 말에 괜히 가슴이 두근 했다.

"좋아."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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