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말들 사이, 흘러나온 마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by Dㅠ

밤 10시 37분.
신림천 입구, 자판기 앞.

먼저 도착한 건 나였다.

손에 든 캔커피의 온기가
괜히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지금쯤 올 때 됐는데...'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은정아."

나는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왔네."

"춥지?"

"생각보다 괜찮아.
너는 뭐 마실래? 커피 살까?"

"괜찮아.
네가 들고 있는 그거 반만 나눠줘."

우리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신림천의 불빛이 잔잔하게 발밑을 따라왔다.

말없이 걷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어색하진 않았다.

그냥, 좋았다.
옆에 준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데.”

준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전엔 이런 거 못했잖아.”

“뭘?”

“그냥… 별 말 없이 걷는 거.
예전엔 나 항상 떠들었잖아.
너는 귀찮다고 구박하고.”

“ㅋㅋㅋ 맞네.
근데 지금은,
이게 더 좋네.”

준식이 나를 슬쩍 바라봤다.

그 시선에 괜히 눈을 피했다.

“그런 생각도 들었어.”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내가 말을 안 해도 네가 다 알았으면 좋겠다고.”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
그의 말투도, 눈빛도,
어쩐지 조금 더 가까웠다.

그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나는 한참이나 침묵했다.

“뭐래.”
겨우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말 안 해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말.”
준식은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게 뭐든.”

그날 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계속 생각했다.

‘말 안 해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가슴에 남는 걸까.

아무것도 아닌 척 웃었지만,
사실은 내 마음도
이미 말하지 않아도 들킬 정도로
너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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