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내지 못했다

혼자가 익숙해질 때까지

by Dㅠ

그날 카페에서 헤어진 뒤,
나는 천천히 신림 언덕을 올라갔다.

은정이는 몰랐을 거다.
내가 왜 그렇게 미안해했는지,
그 말에 왜 갑자기 말문이 막혔는지.

…그날 밤, 나는 혼자 오래 울었다.

사실,
나는 혼자인 게 익숙한 사람이다.

부산으로 이사 갔던 초등학교 졸업 이후,
낯선 도시, 낯선 학교, 낯선 사람들 틈에서
나는 자주 사라지고, 자주 지워졌다.

아버지는 가족 사업을 잇느라 항상 바빴고,
어머니는 힘들지 않은 척, 자주 웃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아끼는 아이가 되었다.

‘괜찮아’라는 말이
내 몸에 붙은 테이프처럼 굳었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대신,
나는 빈 노트에 하루를 쏟아냈고,
그 노트들이 쌓일수록
내 외로움도 같이 덮였다.

그리고 서울로 혼자 올라온 고시촌 생활.
어느 날은 컵라면, 어느 날은 알바 두 탕.
나는 자꾸만 무뎌졌다.

하지만,
은정이에게만은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무심한 척, 쿨한 척,
사실은 나도 누군가의 하루에
'보고 싶었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서운해했던 그녀를 마주한 순간,
나는 두려워졌다.

'혹시 나 때문에 또 누군가가 멀어질까 봐.'

나는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은정이와 찍었던 셀카를 꺼냈다.
그녀는 웃고 있었고,
그 옆의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다시 멀어지지 않게,
이번엔 진짜 괜찮은 사람이 돼야겠다.'

문득,
어릴 적 은정이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나눈 약속이 떠올랐다.

"내가 축구 선수 되면,
너는 내 매니저 해줄 거지?"

그 말에 웃으며 끄덕였던 은정.

"그때처럼,
지금도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준식]
— 오늘 나랑 통화해줄래?
— 그냥, 너 목소리 듣고 싶어서.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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