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데이트는 처음이라서
“다음주 주말, 시간 돼?”
준식이 어느 날 툭 던지듯 물었다.
“글쎄… 있어봐, 왜?”
“축구장 같이 가자.
FC서울 경기표 두 장 예매했어.”
나는 잠깐 말을 잊었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축구선수 되면,
너는 내 매니저 해줄 거지?”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매니저 복귀해줄게.”
—
주말.
상암월드컵경기장.
줄지어 선 붉은 유니폼의 사람들 틈을 지나
우리는 입장 게이트를 통과했다.
“이렇게 큰 경기장은 처음 와봐.”
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준식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TV로 볼 때랑 진짜 다르지?”
“완전. 소리부터 다르다.”
우리는 2층 스탠드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준식은 계속 선수들 이름을 읊으며 흥분해 있었고,
나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괜히 같이 따라 웃었다.
전반 15분,
준식은 맥주를 사러 다녀왔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내려다봤다.
푸른 잔디,
달리는 선수들,
울려 퍼지는 응원가.
갑자기,
어릴 적 준식이 뛰놀던 골목에서
하얀 운동화를 신고 공을 차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이 아이는,
정말 꿈을 꾸던 아이였구나.'
그가 내 옆에 다시 앉았다.
맥주 캔을 건넸다.
“은정아.”
“응?”
“나,
예전부터
지금 이 순간을 꿈꿔왔던 것 같아.”
나는 웃음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소년만화 같은 대사는 뭐야.”
“아니 진심이야.
나, 너랑 같이 어딘가에 앉아서
같은 걸 보고, 같이 웃는 날.
진짜 오래전부터 바라고 있었어.”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쏟아지는 햇살,
응원 소리,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의 온기.
“그러면 말이지.”
내가 말했다.
“다음엔 유니폼도 맞춰 입고 오자.”
그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장 활짝 웃었다.
“콜.
이젠 진짜 매니저야?”
“응.
계약서 쓸래?”
우리는 캔을 부딪쳤다.
딸깍—
햇살보다도 맑은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