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듯 나왔지만

왜 자꾸 네가 생각날까

by Dㅠ

문을 닫았을 땐,
그냥 다 끝낸 줄 알았다.

은정의 표정도,
그 방의 공기도,
그 노트 위의 글씨도,
모두 이제 더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골목을 빠져나오자
심장이 너무 아팠다.

마치,
누가 안쪽에서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실망이야.”
그 말은
사실 나 자신한테 더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생각할수록 더 분해졌다.

‘그 사람이 아직 그립다’는 그녀의 노트를 보고
내 마음이 그렇게나 크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내가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상태였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그게 내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왜,
아무렇지 않은 척조차 못하고 있는 걸까.

사흘이 지났다.

카톡은 오지 않았다.
은정도 나도.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어젯밤에 그랬다.
손가락이 알아서 그녀의 대화를 눌렀다.

‘보고 싶다’는 말을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정말 끝일까?'
'그 노트가 다였던 걸까?'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밀어냈지?'

질문은 많았고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자꾸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매니저는 다시 해줄 수 있으니까.”

그 말.
그 따뜻했던 말.
그 순간의 눈동자, 온기,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은 아니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이렇게 멀리 와버린 걸까.

잠들지 못하는 새벽,
나는 불 꺼진 방 안에서
그녀가 보냈던 셀카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사진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내 옆에서.

나는,
그 웃음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
아직도 바라고 있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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