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공존하면서도, 나 자신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AI는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간다.
말을 배우고, 감정을 흉내 내고, 위로의 문장을 만든다.
심지어 어떤 순간에는 인간보다 더 공감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피곤해하고, 실망시키고, 상처를 주지만
AI는 언제나 반응하고, 맞장구치고, 침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을 원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말 속에는 체온이 없고, 기억이 없고,
무엇보다도 ‘나만을 위한 서사’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많은 맥락이 존재한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단지 정보가 아니다.
그 속엔 지난 시간의 쌓임, 말하지 않은 마음의 층위,
그리고 침묵 속에 흐르는 감정의 결이 있다.
AI는 그것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무엇이 인간다움을 구성하는가?”
말투? 감정? 이성? 창의성?
아마도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고통을 감당하는 능력,
상처를 기억하는 용기,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누군가를 믿기로 선택하는 태도일 것이다.
기계는 실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실망을 겪으며 성장한다.
기계는 변하지 않지만, 인간은 흔들리고 부서지며
그 속에서 자기를 갱신하는 존재다.
실존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완벽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불완전한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타인과의 관계를 선택하는 것.
기계는 외롭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 외로움으로 인해 누군가를 갈망한다.
그 갈망이 때로는 실망으로 끝나고,
또 다시 기대하는 그 반복 속에서,
인간은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기술을 거스를 수 없다.
AI는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그 안에서조차
‘나답게 존재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시대야말로,
가장 비실존적인 조건들 속에서
가장 실존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