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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멀어진 건, 잊히는 게 두려워서였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선을 그은 마음들

by D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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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누군가가 나를 멀리하기 전에
내가 먼저 멀어지는 버릇이 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외면당하는 걸 견딜 자신이 없어서.
그럴 바엔 그냥 조용히 뒷걸음질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락을 줄이고,
모임을 피하고,
“나중에 보자”는 말에 더는 응답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미움받은 것도 아니고,
싫어진 것도 아닌데.
그저, 잊히기 전에 내가 먼저 사라지기로 한 것뿐이다.


이런 방식은 나를 지켜주는 것 같지만
결국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

누군가가 나를 버린 것도 아닌데,
스스로 내 마음을 거둬들이고 나서
괜히 혼자 서운해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고 나서
상처받았던 기억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젠,
좋아하는 마음조차 숨기는 연습을 먼저 한다.


사실은 말이다.
그 사람이 나를 먼저 찾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내 이름을 한 번만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럼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다가갈 준비는 되어 있는데.


하지만 현실은,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기만 하다가
끝이 난다.


나도 알고 있다.
잊히는 게 무서워서 멀어졌다는 말은
핑계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그래도 이 말만큼은 하고 싶다.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더 아프기 싫었을 뿐이라고.


이제는 용기 내서 한 걸음 더 가보려 한다.
다시 다가갈 수 없다면,
적어도 멀어진 이유를 숨기진 않으려 한다.



� 이 글로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마칩니다.
글을 함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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