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봐
햇빛이 커튼 틈으로 들어왔다.
은정은 천천히 눈을 떴고,
낯선 이불과 창문 너머의 새소리에
잠시 어제의 기억을 정리했다.
옆에는 준식이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은
어릴 적 놀이터에서 낮잠 자던 그 아이의 얼굴 같았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은정은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리고 창가에 기대
살며시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네."
—
준식도 이윽고 일어났다.
"몇 시야?"
"10시 좀 넘었어."
그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은정은 물 한 잔을 건넸다.
"숙취 심해?"
"아니, 오히려 속이 편해."
"잠도 잘 잤고?"
"응.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푹."
준식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정은 그 손길에 눈을 감았다.
“나 말이야,
어제 너랑 함께한 게
전혀 후회되지 않아.”
“고마워.
나도 그래.”
"이런 거…
우리 사이,
이젠 좀 안정됐다고 생각해도 되지?"
은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모텔을 나와
신림역 근처 카페에서 아점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준식은 지하철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봤다.
'대희'
보낸 시간은
오늘 새벽 2시 31분.
[잘 지내? 갑자기 네가 생각나서 연락했어.]
준식의 시야가 좁아졌다.
'왜 지금? 왜 하필…'
그는 핸드폰을 잠갔다가
다시 켰다가,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카페에서의 그녀의 웃음이 떠올랐다.
어제 밤,
숨결이 엉켰던 순간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한 줄 메시지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지하철 창밖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