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긋기 시작하면 왜 죄책감이 먼저 올까

착한 사람 역할에서 빠져나올 때 생기는 감정들

by Dㅠ

선을 긋기 시작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일이 줄어드는데 마음은 더 불편해진다.
퇴근은 빨라졌는데,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장면이 떠오른다.


“아까 그렇게까지 말했어야 했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건 아닐까?”
“괜히 분위기 망친 건 아닐까?”


이 죄책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선을 긋다 말고, 다시 “괜찮아요”를 꺼낸다.

하지만 이 감정은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니다.


1) 죄책감은 ‘변화의 신호’다

사람은 오랫동안 해오던 역할을 벗어날 때 불편함을 느낀다.
착한 사람에게 죄책감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다.


늘 받아주던 사람이 거절하면

늘 맞춰주던 사람이 조정하면

뇌는 이렇게 반응한다.


“이거, 우리가 알던 방식이 아닌데?”


낯설어서 불편한 거다.
틀려서가 아니다.


2) 우리는 ‘거절 = 관계 파괴’로 학습돼 있다

많은 착한 사람들은 이렇게 자라왔다.


참으면 분위기가 유지됐고

맞춰주면 갈등이 없었고

나중에 내가 손해 보는 쪽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선을 긋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재생된다.


“저 사람 나 싫어하겠지.”
“앞으로 나한테 차갑게 굴겠지.”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다르다.
상대는 생각보다 빨리 적응한다.
우리가 더 오래 붙잡고 괴로워할 뿐이다.


3) 죄책감은 ‘상대의 감정’을 내가 대신 책임질 때 생긴다

선을 긋고 괴로운 이유는 하나다.
상대가 느낄 감정을 내가 대신 떠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기분 나쁘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일이 꼬이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 감정은 원래 그 사람이 처리해야 할 몫이다.
내가 모든 감정을 관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4) 죄책감이 들 때 써먹는 내부 문장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건 또 하나의 문장이다.
이번엔 상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무례한 게 아니라 기준을 말한 거다.”

“이건 거절이 아니라 조정이다.”

“내가 나를 지키는 건,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불편함이 생겼다면, 그건 대화로 조정할 문제다.”


이 문장을 속으로라도 반복하면,
죄책감은 조금씩 확인 가능한 감정으로 바뀐다.


5) 관계가 유지되지 않았다면, 그건 선 때문이 아니다

선을 긋고 나서 멀어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너무 변했나 봐.”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관계는 내가 계속 참아야만 유지되던 관계였을 가능성이 크다.

선을 긋자마자 무너지는 관계라면,
그건 관계라기보다 역할 분담에 가까웠다.


선을 긋는 건, 나쁜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다

선을 긋는다고 차가워지지 않는다.
선을 긋는다고 이기적이 되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변화는 생긴다.


덜 억울해지고

덜 쌓이고

덜 폭발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상태에서 오히려 말이 더 부드러워진다.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선을 긋기 시작한 뒤 실제로 생기는 변화들,
사람들의 반응, 관계의 재정렬,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지는 순간”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나를 덜 소모시키는 이야기들을 계속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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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묻고 싶다.


선을 긋고 나서,
당신도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던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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