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혐오자

역겨운 권위주의 한국

by D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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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몇 살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눈 마주쳤는데 인사 90도로 똑바로 안 하더라?"
"니 수준이 그 정도니까 네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대표적인 한국 권위주의자들의 말투-

내가 겪었던 한국 권위주의 병폐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학교 똥군기 이야기다.

나는 생활 스포츠 학과의 1학년 신입생으로 들어갔던 20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날은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로 학교를 졸업한 선배님들이 실내 사이클 기구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날이었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했었고 손뼉도 많이 쳤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2학년 선배님들이 조명을 끄더니 "기껏 선배님들 모셔왔는데 박수 소리가 그거밖에 안 나오냐?" "일어나서 손뼉 쳐야지 뭐하냐 너희"라고 말하면서 나와 1학년 새내기들은 지하 운동장으로 불려 가 기합을 받았다. 기합 받던 와중에 울음을 터트렸던 여학생이 기억난다. 솔직히 내가 지금처럼 성장했고 감정이 풍부했더라면 당시에는 억울하다고 네가 선배면 다냐 하면서 그건 당신들 기준인데 왜 단체 기합을 받아야 하는지 따졌을 것 같다. 아쉽게도 그 당시에는 굉장히 무기력하게 왜 사는지조차도 모르고 남들 따라가는 데로 따라가던 나였기에 그냥 벌 받으니까 벌 받자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권위주의의 시작은 비스마르크의 관료제이다. 지금은 비효율의 결정체라고 불리지만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상명하복의 전달체계로 의사소통의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업무 수행률을 늘렸다. 발전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에서 아주 좋은 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사천리로 업무처리가 진행되어 극도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고 누군가 전체를 관리하면서 긴급 상황에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권위주의의 단점은 윗선에서 모든 걸 판단하고 지시하며 아랫사람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윗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아랫사람의 이의 제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윗사람이 정상적인 정신이 박힌 게 아니라면 밑 사람들은 반박은 커녕 끝없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사람들은 권위주의에 중독되어 서열 나누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이, 학력, 재력 등을 재고 따지기 좋아하며 어떤 특정 직업에 대해서는 니 수준이 그거니까 그런 거나 하는 거지 하면서 하대하고 갑질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회사에 능력 없는 낙하산 과장뿐만 아니라 노력 없이 재벌 3세가 된 사람, 선배 말은 하늘처럼 받들어야지 하면서 억지로 술 먹이고 후배 괴롭히는 대학 선배들, 아파트 경비원을 하인 취급하고 폭력행사하는 게 당연한 매니저 등이 권위주의의 병폐를 만들고 한국 사회를 혐오스럽게 만들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특히나 권위주의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가장 심하다고 생각된다. 흔히 뉴스로 볼 수 있는 대기업 소유주의 갑질, 대학교 똥군기, 기업 회사 문화 및 회식 문화, 스포츠계 파벌싸움 등 대한민국 곳곳에 권위주의가 코로나처럼 전염되어 퍼져나가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지 않으면 혐오 사회는 계속 혐오만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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